스타트업 대표들은 늘 고민이 많다. 사업 계획을 비롯해 시장분석, 아이템, 사업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또 팀 구성은 물론 자금조달, 사무공간, 비용, 해외진출 연결까지 고민은 끝이 없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창업 붐이 일면서 창업자를 돕는 소중한 기회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핀테크랩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은 서울의 금융 중심지 활성화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100개 기업을 육성하는 국내 최대 핀테크 전문공간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최대 3년간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성장단계별 맞춤형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약 408억원 투자 유치, 579억원 매출, 380명의 신규 고용창출 등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서울핀테크랩은 다양한 해외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4개사의 해외진출 성과를 거뒀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뉴욕 Future of Fintech 2021 참가, 홍콩핀테크위크, 인도 글로벌 핀테크 페스트(Global Fintech Fest) 등에 참가하며 입주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이유로 서울핀테크랩 입주 기업의 고민은 어느정도 해결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은 깊다. 여전히 성공을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년차별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장종욱 파이노버스랩 대표 / 파이노버스랩
장종욱 파이노버스랩 대표 / 파이노버스랩
"언제나 고민은 인재확보"

스타트업 대표들의 한결같은 고민 중 하나는 구성원이다. 좀 더 유능한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특히 연차가 높지 않은 스타트업일수록 유능한 인력이 필수로 꼽힌다. 효율적인 개발 로드맵을 이들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문화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올해 창업 2년차인 파이노버스랩의 장종욱 대표 역시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꼽았다. 파이노버스랩은 후불결제 서비스 페이먼스(Paymonths)를 베타 서비스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페이먼스는 머신러닝 기반의 신용평가를 활용한 B2B 후불결제 서비스(BNPL, Buy Now, Pay Later)다. 동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장종욱 대표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페이먼스를 이용해 자금이 없어도 후불로 사입이 가능해지면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며 "동대문 내에서의 현금거래를 간편결제가 접목된 후불결제로 전환하여 소매셀러들의 유동성문제와 결제의 편의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초기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이유로 유능한 인재를 모시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초기 인력일수록 까다로운 잣대를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대변되는 대형 업체가 벤처·스타트업들로선 감당하기 힘든 연봉와 처우를 제시하다보니 인력 쏠림은 당연해 졌다. 여기에 구직자 입장에서는 아직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벤처 스타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대형업체를 선호하는 경향도 구인난을 부추긴다.

장종욱 대표는 "좋은 인재를 모시기 위하여 대형 업체 수준의 조건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스톡옵션 등 초기멤버만이 누릴 수 있는 베네핏을 최대한 제안하며 인재 확보에 힘을 쓰고있다"며 "시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건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 공감할 수 있도록 확신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찬식 펀블(구 펀드블록글로벌) 대표. / 펀블
조찬식 펀블(구 펀드블록글로벌) 대표. / 펀블
"스타트업 대표는 택시기사…안정성과 스케일업 모두 고려해야"

"스타트업 대표는 택시기사입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은 손님인 셈이죠. 운전대는 오롯이 제가 잡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대표만 믿고 있죠. 제가 제대로 운전해서 이들과 함께 안전하고(안정성) 빠르게 목적지(스케일업)에 도착해야 합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뭐냐는 질문에 돌아온 조찬식 펀블(구 펀드블록글로벌) 대표의 답이다. 그는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고 안정적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시스템을 개선하고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설립된 펀블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플랫폼 ‘펀블’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펀블은 상업용 부동산을 주식처럼 쪼개 지분을 거래하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주들에 분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플랫폼이다. 일반 투자자도 소액으로 중형 빌딩,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공동 투자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기도 했다.

특히 펀블은 우리자산신탁과 대신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리아신탁 등 국내 신탁사 4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SK증권을 통해 신탁사로부터 발행·등록된 부동산 수익증권을 거래한다. 조 대표는 "모든 거래 내역은 전자증권법에 근간을 두고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있다"며 "소유권을 명확하게 검증하는 등 소비자 편익과 투명한 거래내역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조 대표는 "올해 안에 시리즈A를 클로징 하고자 한다"며 "누구나 재미있고 편리하게 건물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임현서 탱커 대표. / IT조선DB
임현서 탱커 대표. / IT조선DB
자본조달과 서비스 확장

잘나가던 P2P(Peer to Peer) 스타트업이 부동산 대출 심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롭테크 기업으로 변신해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다. 올해 7년차에 접어든 탱커다.

탱커는 2016년 P2P사업으로 시작해 700억원의 투자 운용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대출분야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출 자동화 기술을 개발 2018년 초부터 AI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 중개 서비스 ‘집집’을 시장에 선보였다. 2019년부터는 AI 기반의 부동산 심사자동화 서비스 ‘블리츠’를 시장에 선보였다. 최근에는 복잡한 부동산 관련 서류 발급과 작성 시간을 30분에서 3분으로 단축할 수 있는 닥집(Doczip) 서비스로 시장에서 이목을 높였다. 닥집 가입자는 서비스 시작 3개월여 만에 3만2000명으로 늘어났다.

임현서 대표는 "B2B로 시작했던 회사가 B2C로 기회를 노리면서 회사의 방향을 급선회했는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제 자금 조달과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금조달을 준비하며 정책적인 의문점을 갖게 됐다. 모험자본이 주도하는 창업 생태계가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모험자본이란 경쟁력 있는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자금을 말한다. 정부의 정책 또한 최근 경쟁력있는 벤처의 스케일업이 가능하도록 혁신금융의 선택과 집중에 주목하고 있다. 모험자본은 쿠팡과 마켓컬리같은 유니콘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유니콘이 되지 않고도 살아남는 건전한 기업이 많아질수록 우리 경제 체질이 더 튼튼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모험자본이 투입되고, 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모든 시스템이 여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일본처럼 특정 산업 분야에서 노하우와 기술을 가지고 대를 이어오는 비즈니스가 태어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전도유명하고 경쟁력 있는 벤처에 투자를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정책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