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시장을 독점한 구글은 6월 1일 인앱결제를 의무화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까지 개정(일명 구글 갑질방지법) 했지만, 구글의 꼼수 정책에 한계를 드러냈다. 피해는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하는 앱 제작사와 소비자 몫이지만, 뾰족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 한국의 법 망을 피해가는 구글의 행보는 그야말로 감탄스러운 지경이다.

3월 15일 시행된 구글 갑질방지법은 플레이스토어(앱 마켓)에 등록된 모든 앱 제작사의 결제 수단을 구글이 제시한 결제 방식(인앱결제)으로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구글은 원래 게임 제작사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했었지만, 6월 1일부터 전체 디지털 콘텐츠 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이용자의 결제액 중 최대 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구글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후 최대 수수료를 26%로 정한 제3자 결제 방식을 새로운 수단으로 제공하는 등 정책을 변경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앱 제작사의 결제 방식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기존 구글 수수료보다 4%포인트 낮은 결제수단 제공 조치는 구글식 꼼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앱결제 정책 본 시행 전부터 콘텐츠 가격이 대폭 인상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최근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 인앱결제 정책 변경 이슈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열었지만, 속 시원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방통위 측은 부당한 결제 방식 강제와 관련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신고를 받은 후 실태 점검에 나섰고, 앱 마켓 사업자의 공정경쟁 저해 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처벌 목적의 사실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하려면 6월 1일 이후가 돼야 한다는 점이 정부 제제의 발목을 잡았다.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를 할 수 있는데, 방통위가 개설한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 사례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 건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구글 갑질방지법 자체는 사후 규제 성격의 법이다. 플레이스토어 이용 업체가 ‘비즈니스의 장’을 제공하는 구글을 직접 고발하기도 쉽지 않다. 구글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경우 사업적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방통위는 새로운 정책 시행 전 구글이 발표한 약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산업계가 자생적으로 만든 생태계로 구글을 견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애플을 제외하면 구글의 경쟁상대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1.0 버전을 내놓으며 생태계 구축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타이젠 생태계 구축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이통3사가 손잡고 만든 원스토어 역시 아직까지 탄탄한 환경까지 구축하지 못했다. 앱 제작사는 앱 마켓 대체재가 없는 만큼 구글의 갑질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빅테크 기업 구글은 전 세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기업이다. 한국 역시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방지법을 내놓기는 하지만, 구글의 꼼수 영업까지 차단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콘텐츠 이용자인 국민에게로 향한다. 꼴사나운 일이다. 구글 갑질방지법은 시행 세 달도 안 됐지만, 구글이 미꾸라지처럼 피해 갈 경우 언제든 개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는 대통령선거에 이어 치러지는 6·1 지방선거로 바쁘겠지만, 한시바삐 국민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진 디지털인프라부장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