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정원 회장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5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낸다. 관련업계에서는 두산 신사업에 대해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와 함께 수익성 확보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향후 5년간 소형모튤원자로(이하 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5조원을 투자한다는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외에 최근 인수한 테스나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분야,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 등에 대한 투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상세한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관련업계에서는 ‘차세대 원전’이라고 불리는 SMR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이 국내 유일의 원전설비 기술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와 SMR 상용화 기술을 보유한 뉴스케일과 협업을 중심으로 해당 분야 사업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평가다.

두산타워 / 두산
두산타워 / 두산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자와 함께 미국 뉴스케일에 1억4000만 달러의 지분 투자를 했으며 수 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폐기 기조인 윤석열정부가 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으며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 정상은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 강화 프로그램(FIRST)에 참여하는 등 시장 공동 진출 및 기업 간 협력을 늘리겠다고 밝혀, 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가스터빈과 수소터빈 등 에너지 분야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70메가와트(㎿)급 가스터빈을 김포열병합 발전소에 설치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 가스터빈의 개선모델인 380㎿급 가스터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신규 투자를 통해 수소터빈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과 수소터빈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3∼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케이 베일리 허치슨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파워젠 인터내셔널 2022'에 참가해 김포열병합 발전소에 설치한 270㎿급 가스터빈 및 개선 모델인 380㎿급 가스터빈 및 수소터빈의 영상 및 모형을 소개한 바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두산이 투자를 단행하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잠재력을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SMR시장이 2026년에는 14조원, 2035년 39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부와 에너지업계 등은 2035년 세계 가스터빈시장 규모가 2035년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미국 파워젠 인터네셔널 2022 부스 /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미국 파워젠 인터네셔널 2022 부스 / 두산에너빌리티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산의 경우 채권단 졸업 이후 내실을 다져야하는 상황이지만 투자하는 분야에서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산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4195억원 ▲영업이익 18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6% 감소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투자하는 분야는 잠재력이 높은 분야다"며 "그리고 국내 기업들 중 두산이 한발 앞서있는 분야도 맞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정부의 기조, SMR과 관련한 한미 협력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면서도 "다만 SMR 등 원전 관련 분야의 성과가 나타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계획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터빈 분야 역시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을 졸업한 이후 투자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지금도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MR, 터빈 등 시장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며 "에너지 분야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