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바이오업계가 그동안 주춤하던 기업공개(IPO)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미국 긴축 정책과 더불어 신약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상장을 꺼려하던 분위기가 연속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IPO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바이오업계가 대대적인 IPO 재도전을 통해 침체된 시장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 픽사베이
바이오업계가 대대적인 IPO 재도전을 통해 침체된 시장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 픽사베이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조용했던 공모시장이 활발해 지면서 보로노이, 레몬헬스케어, 샤페론, 에이프릴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상장에 도전하는 분위기다.

우선 올해 초 상장도전을 잠시 미뤄둔 보로노이가 기술특례 상장 재도전에 나선다. 보로노이는 3월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 시장 분위기가 악화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보로노이는 확실한 성공을 위해 공모 규모를 줄이고 기업가치까지 낮추는 등 ‘심기일전’이다. 희망 공모가는 4만~4만6000원으로 3월 공모가(5만~6만5000원)보다 44.8% 낮췄다.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 70% 이상을 보호예수로 설정하기도 했다. 보로노이는 6월 8일부터 9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6월 14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IPO를 자진철회한 레몬헬스케어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코스닥 입성 계획을 재추진한다. 레몬헬스케어는 모바일 스마트병원 플랫폼 ‘레몬케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종합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준비 중인 기업이다.

레몬헬스케어는 5월 한화자산운용 스마트헬스케어 신기술조합 1호로부터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홍병진 레몬헬스케어 대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개인의료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건강정보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내년에 기업공개를 재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샤페론은 앞서 2019년부터 기술특례로 상장을 준비했지만,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평가에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며 상장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임상 성과를 얻었고 지난해 11월 기술성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재도전에 나선다.

샤페론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승인도 받아 연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준비를 본격화한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샤페론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임상 및 자체 파이프라인 연구개발과 글로벌 시장 사업개발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성승용·이명세 샤페론 공동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와 신뢰도를 더욱 높이고, 염증질환 치료제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에이프릴바이오 역시 5월23일 코스닥 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이 회사는 앞서 올해 3월, 상장심의위원회로부터 예비 심사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에이프릴바이오는 이의 제기를 통해 재심사를 거쳐, 코스닥 시장위원회가 상장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집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에서 탈락했다 재심사에서 통과된 첫 사례다. 업계는 거래소의 이례적인 결정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에이프릴바이오 상장 사례가 바이오 업계의 지표로 보여지는 것 같다"며 "비록 단일 플랫폼이지만 우수한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한 기업이 통과 못하면 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재평가해야 한다는 시장의 의견이 많았다. 시장위원들도 업계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며 심사숙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그동안 고전했던 IPO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기조에 맞춰 전략을 세워야 성공적인 코스닥 입성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해부터 까다로운 상장 문턱에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어, 올해와 내년 상반기에는 다양한 바이오기업들이 IPO 데뷔에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문턱이 높아진 기술특례상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동안 바이오 기업들이 왜이렇게 상장이 더뎠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분위기가 악화한 탓도 있지만 바이오 업계 신뢰성 부족도 존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확실한 개발 성과와 기술수출 등을 선보이면 시장도 함께 움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