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국내 최대 규모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증설에 나선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급성장중인 글로벌 CNT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30일 대산공장에 연산 3300톤 규모의 CNT 4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2021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2공장과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간 3공장에 이어 네 번째 CNT 공장이다.

CNT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 전도성 도료,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면상발열체 등 활용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LG화학 여수 CNT공장 전경 / LG화학
LG화학 여수 CNT공장 전경 / LG화학
LG화학은 CNT 4공장을 완공하면 CNT 생산능력이 기존의 1,2 공장(여수 1700톤)과 현재 증설 중인 3공장(여수 1200톤)을 포함해 연간 총 6100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T 4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상업 가동이 목표다.

LG화학은 2017년에 500톤 규모의 CNT 1공장을 처음 가동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시장 확대에 따라 매년 CNT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CNT 공장은 자체 개발한 유동층 반응기로 생산라인당 연간 최대 600톤까지 양산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단일라인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또 독자기술 기반의 코발트(Co)계 촉매를 사용해 배터리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성이물 함량을 낮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구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CNT 4공장의 반응기 안정성 개선과 공정 자동화 등 혁신으로 생산라인 운영 규모를 효율화해 기존 대비 인당 생산성을 약 20% 향상시켰다.

LG화학의 CNT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에 양극 도전재(Conductive Additive) 용도로 공급될 예정이며, 다양한 산업 분야로도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하면 기존의 카본블랙 대비 10% 이상 높은 전도도를 구현해 도전재 사용량을 30% 줄일 수 있고, 그만큼을 양극재로 더 채울 수 있어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도 크게 늘릴 수 있다. 또 음극재 및 리튬형, 전고체 전지와 같은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도 CNT가 주력 도전재로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도전재용 CNT는 2030년 3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CNT 수요는 2021년 5000톤 규모에서 2030년 7만톤 규모로 연평균 약 30%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외 확보한 신규 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CNT 품질을 기반으로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소재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박차를 가한다는 설명이다.

전도성 도료, 도로 결빙(블랙아이스) 방지용 면상발열체, 반도체 공정용 트레이 등 전지 외 신규 적용 분야로 CNT 판매도 늘려가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트레이에 CNT를 적용하면 우수한 전기 전도성을 기반으로 고온을 견디고, 분진, 전자파, 정전기 등을 차단할 수 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독자기술 기반의 제조 경쟁력과 우수한 품질로 배터리 도전재 분야에서 확고한 일등 지위를 구축하고 잠재력이 큰 신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