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사태를 일으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한지 한달만에 ‘카카오먹통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면 발의된지 3년이 지난 ‘망무임승차법’은 국회 표류중이다. 두 법안 모두 여론이 집중하고 있는 사안을 다루고 있으나 카카오먹통방지법은 국회 내에서도 이견 없이 빠르게 통과된 것이 큰 차이다.

망무임승차법은 유튜브가 국내 유튜버까지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며 반대 의견에 부딪히며 사실상 논의를 멈춘 상태다.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여론전에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를 향한 오해만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판가름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코리아가 11월29일 자사 계정에 올린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에 참여하세요’란 제목의 영상 화면/ 유튜브 영상 캡처
유튜브코리아가 11월29일 자사 계정에 올린 ‘K-콘텐츠를 지키기 위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에 참여하세요’란 제목의 영상 화면/ 유튜브 영상 캡처
9일 업계에 따르면 3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하고 있는 ‘망사용료법’이 거세진 반대 여론에 논의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국회가 공식적으로 망사용료 법제화 무산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논의 재개에 대한 언급도 없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마땅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시작된 망 무임승차 논란은 글로벌적 이슈다.

해외 CP인 유튜브의 국내 여론전에 부딪혀 국회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민주당 4건, 국민의힘 2건, 무소속 의원이 1건을 발의한 상태다.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CP들은 ISP에 망사용료를 지불해오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CP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현재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이 또한 쉽게 결판이 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튜브는 망사용료 입법 시 한국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수익과 글로벌 진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에 국내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공개적으로 해당 법안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입법 반대 여론이 일부 형성됐다.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사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2년 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법으로 이미 입법 논의됐던 바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이 ‘카카오먹통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한달만에 통과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많았던 방송법 개정안도 단독의결로 통과된 것을 보면 망무임승차법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망무임승차 관련해서는 유럽 등 해외에서도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마냥 외면하지 못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