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 대응을 포기한 작가가 많습니다. 사법당국은 나몰라라 하고 있고, 그나마 어렵게라도 경찰을 통해 단속하더라도 민사소송만 가능할 뿐입니다. 막상 변호사를 선임해서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단돈 10만원에 마무리됩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저작권 침해 대응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성인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회장)

웹소설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들이 저작권 침해 대응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내놓은 ‘저작권 침해 대응 매뉴얼’에 나온 방법을 모두 동원했으나 해결은 커녕 대응 시작부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서울 저작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웹소설 지원 및 저작권 보호 정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서울 저작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웹소설 지원 및 저작권 보호 정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3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저작권보호원 등과 서울 저작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웹소설 지원 및 저작권 보호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모니터링 활동, 국제 공조수사, 침해대응 지원 등 성과를 설명하고 웹소설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안내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 자리한 웹소설 작가와 출판사, 유수의 출판 협회 관계자 등 20명은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답답함만 토로했다. 이들은 정부 저작권 보호 정책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들은 2시간쯤 진행된 설명회 중 1시간30분쯤 국내외 저작권 대응체계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부실한지만 확인했다.

협회 한 관계자는 "국내외 저작권 침해대응은 총체적 난국이다"라며 "서로 관할이 아니라며 책임을 미룬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 기관이 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보호원으로 나눠지면서 서로 책임회피를 하는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현재 해외 저작권 침해대응을 위해 운영하는 중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4곳의 해외사무소는 있으나마나라는 지적이다. 연락도 잘되지 않으며 연락이 돼도 담당이 자주 변경돼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문상철 브리드컴퍼니 대표는 "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보호원 차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관할도 다르고 업무도 자주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막상 도움을 요청해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서 이제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며 "해외 저작권 보호는 구글과 미국 법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은 사법당국 문제도 지적했다. 저작권 침해를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접수를 잘 해주지 않는다. 또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더라도 검찰로 넘어가면 거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작가의 저작권 침해 피해금액 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입은 피해금액보다 규모는 적게 청구되고 판결은 그 청구금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저작권 삼진아웃제도 문제로 작용한다. 사법당국이 2번의 저작권 침해를 사실상 봐준다는 것이다.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불법유통을 반복적으로 하는 ‘헤비업로더’를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

김환철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장은 "42년째 글을 쓰면서 1990년 처음으로 저작권 관련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다"라며 "문체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기관이 현장을 파악하고 합동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 등록 절차도 문제다. 현행 저작권 등록제도는 웹소설·웹툰 등 연재물 등록을 연재분까지만 할 수 있다. 이마저도 ‘계속적 간행물’로 등록해야 한다. 연재 중인 작품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록할 수 없다. 또 저작권 등록은 작품당 한 번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저작권을 매번 등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불편할 뿐 아니라 연재 편당 2만원쯤의 수수료도 든다.

김휘빈 한국웹소설작가연합 대표는 "저작권 등록은 엑셀로 입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하나하나 서식에 맞춰 입력해야 한다"며 "웹소설 작가는 본인 신변을 노출하지 않으려 하는데 저작권을 등록하면 신변이 노출된다"고 답답해 했다. 문상철 대표는 "컴퓨터 없던 시절에 만든 법 같다"고 평가했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들 성토에 문체부는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윤용한 문체부 저작권보호과장은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애로사항에 답변을 명확하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안별로 관계 기관과 관계자 논의를 거쳐 우선 조치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