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올해 LG에너지솔루션에 전달할 합의금이 10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2021년 4월 양사는 연간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 형태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는데, 그 비율은 1%대다. 당장 자금 사정에 여유가 없는 SK온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 보다는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2일 배터리 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에 이미 지급한 현금 1조원에 이어 로열티 1조원을 올해부터 추가로 분납한다. 누적 지급액이 1조원이 될 때까지 연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매년 지급하는 방식이다.

1조원이라는 규모는 치명적이지만, 분납을 하기에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2021년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소송을 종결하면서 로열티 1조원에 대한 매출액 적용률을 초기 몇년은 1%, 이후는 1.75%쯤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미국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 공장 전경 / SK온
SK온의 미국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 공장 전경 / SK온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발표한 전망치 자료를 보면, SK온의 2022년 연간 매출은 7조 6000억원이고 2023년 11조 5000억원쯤으로 증가한다. 이를 추산하면 SK온의 2023년 글로벌 배터리 판매 매출 중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할 로열티는 1000억원대 초반이다. 1조원 지급을 모두 마치려면 6년 내외의 기간이 걸린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시급한 SK온의 나머지 합의금 1조원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했다는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2년 전 합의가 성공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합의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온에 배터리 매출의 3%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 중국 ATL을 상대로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당시 최종판결 직전 안전성 강화 분리막 매출의 3%를 기술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1%대 적용률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SK온은 향후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SK온은 2022년 4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그 시기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 개선을 통한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자 SK온은 최근 포드·코치와 합작해 튀르키예에 지을 예정이던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도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SK온의 차입금은 9조원을 넘겼다. 단기차입금은 5조 2718억원에 달한다.

SK온은 외형 확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외부 투자 유치에 안간힘을 쏟는다. 앞서 SK온은 4조원 정도를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 IPO)로 끌어올 계획이었지만, 실제 유치 금액은 한투PE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유치한 8000억원에 그쳤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수혈했으나, 여전히 목표액인 4조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SK온은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모집하기로 했다. SK온의 재무적 투자자인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올해 들어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모집은 2월 말 마감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 조달이 성사되면 SK온은 총 3조 3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해외공장 수율(완성품 중 정상품의 비율)이 개선되면 SK온의 이익률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다"라며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정제마진 호황에 따라 추가 자금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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