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올해 상시 채용과 산학협력 등으로 채용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세계 곳곳에 공장을 지으며 대규모 일감을 확보했지만,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건 것이다. 배터리 소재 개발뿐 아니라 영업, 보안, 기획, 해외 주재원 등 다양한 직무에 걸쳐 인재를 뽑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순 / 각 사
왼쪽부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순 / 각 사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은 2022년 1분기 9721명에서 3분기 1만715명으로 994명이 늘었다. SK온 역시 지난해 상반기 기준 6개월만에 직원 수가 628명 늘었고, 삼성SDI는 200명 가까이 늘었다. K배터리 3사가 지난해 6개월 동안 20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새로 뽑은 것이다. 하반기에도 꾸준히 채용이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신규 채용 인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업계가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향후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배터리 3사는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세계 곳곳에 동시다발로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북미 지역에 공식적으로 밝힌 공장 설립 계획만 11건에 달한다. 각각 독자 공장을 구축하는 한편, 스텔란티스와 혼다, GM, 포드 등과 협력해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K배터리 3사의 누적 수주가 100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시장 상승을 견인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K배터리 3사의 수주 잔고가 700조원을 넘어섰으며, 같은해 연말까지 100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K배터리 3사는 대규모 수주로 이미 7~8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일감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배터리 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13.3%에 이른다. 이는 5대 신산업인 차세대 반도체, 신금속, 차세대 세라믹, 첨단 화학, 하이테크 섬유 등 평균 인력 부족률 2.5%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은 상시 채용을 통해 인력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상시인재 풀 등록’을 통해 인재를 즉각적으로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소재 개발이나 시스템개발, 공급망관리(SCM)뿐 아니라 영업·기획, 경영전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신입과 경력직을 상시 채용 중이다. 이와 별도로 5일까지 연구개발(R&D) 부문 경력사원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SK온은 차세대 배터리 R&D 경력사원을 상시채용하고 있으며, 4월 2일까지 배터리 생산기술 경력사원을 모집 중이다. 1월 말에 마감한 해외 주재원 모집 공고도 재차 올렸다. 미국, 헝가리, 중국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경력직을 뽑는 데 마감기한은 12일까지다.

삼성SDI 역시 소형전지·중대형전지사업부 등에서 경력사원을 상시채용한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SDI연구소도 연말까지 수시로 인력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K배터리 3사는 맞춤형 인재 양성에도 공 들이고 있다. 대학과 연계해 배터리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취업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서울대와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하는 동시에 우수 인재 발굴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세대, 한양대, 카이스트와도 인재 관련 협력을 맺었다. SK온은 성균관대와 한양대, 연세대 등과, 삼성SDI는 포항공과대,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와 산학협력을 맺었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인력 유출이나 기술 인력 부족으로 고민이 깊다"며 "계약학과 확대 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