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0조 지역 투자 약속 첫 이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IT용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4조원을 투입하며 ‘초격차’에 나선다. OLED 패널 시장의 ‘큰 손’인 애플이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과 PC 등에도 OLED 패널을 탑재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회사는 생산능력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미래 수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4일 아산캠퍼스에는 4조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발표를 위한 투자협약식을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캠퍼스에 세계 최초로 노트북과 태블릿용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양 산업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디스플레이 및 소재·부품·장비 기업 임직원 250명쯤이 참석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강화 의지를 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신설하는 8.6세대 OLED 패널 생산 라인은 아산 1캠퍼스 8라인에 들어선다. 지난해 LCD 사업을 걷어낸 자리이기도 하다.

회사는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치는 LCD 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한 후 중소형 OLED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지난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중소형 OLED 분야에 투자를 늘리며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등 ‘초격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8.6세대 OLED 패널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OLED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패널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 연간 450만매 생산하던 14.3인치 태블릿을 8.6세대 설비로는 100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사이즈를 뜻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패널 면적이 커져 원가 절감에 유리한 구조다. 8.6세대 IT OLED 패널(2290 x 2620㎜)은 6세대 패널(1500 x 1850㎜)과 비교해 면적이 2배 정도 높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 발표에서 애플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의 최대 고객사로, OLED 패널을 스마트폰뿐 아니라 아이패드(2024년)와 맥북(2025년)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내 패널 공급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효과로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6조 95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OLED를 적용한 기기들을 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IT OLED 분야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 따르면, 작년 LCD를 탑재한 노트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4분의 1 가까이 감소했지만, 노트북용 OLED 패널 출하량은 40% 증가했다. 유비리서치 역시 IT용 OLED 시장이 연평균 39% 성장하며 2022년 950만대, 2027년 488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가 발표한 4조원대 투자는 지역 균형 발전 투자의 첫 사례다. 삼성그룹은 3월 충청과 경상, 호남 등 비수도권 지역에 60조 1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지역사회 동반성장’을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