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 찾아왔지만 기업들은 벌벌 떨고 있다. 실적 한파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했고, 대중(對中) 무역적자 흐름이 굳어진 것이 기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일 잠정 실적을 공개하는 삼성전자, LG전자를 시작으로 삼성,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4월 중 1분기 실적 발표에 돌입한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 부품 기업에서 '어닝 쇼크'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 삼성전자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4조원대, SK하이닉스가 3조원대 영업적자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4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진 여파로 7000억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1분기 영업이익 14조 1214억원 대비 95%쯤 급감한 수준이다. 최악의 실적으로 꼽힌 2022년 4분기의 4조 3061억원보다도 82% 이상 적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2009년 1분기 5930억원 이후 14년 만에 1조원을 밑돌거나 적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추정치)는 3조 7807억원이다. 적자 규모를 4조원 이상으로 예상하는 증권사도 있다. 지난해 4분기 1조 8984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는 확정적이다.

반도체 업계는 1분기 주요 고객사의 보유 재고가 줄지 않으면서 PC용, 모바일용,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PC, 모바일 침체에도 견조한 수요를 이어온 서버용 메모리 가격이 꺾인 것이 더욱 부담을 키웠다.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 LG이노텍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 / LG이노텍
TV 등 수요 위축에 지난해 연간 2조원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가 유력하다. 현재 증권가의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 390억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G전자에서 1조원을 차입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패널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 점유율을 확대하고, IT나 차량용 등 사업 영역을 늘릴 계획이다.

애플향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는 부품업체 LG이노텍도 1분기 1000억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에 그치며 2022년 1분기(3671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1분기 영업이익은 13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하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이 IT용 제품 수요 둔화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으로 웃을 전망이다. LG전자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시 전망치 대비 15.2% 상향 조정된 1조 68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간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쳤던 물류비와 원자재비 등 부담이 일부 해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SK온의 미국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 공장 전경 / SK온
SK온의 미국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 공장 전경 / SK온
배터리 업계는 SK온을 제외하고 실적 기대감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22년 동기의 2589억원보다 두배 쯤(92.8%) 늘어난 4991억원이다.

삼성SDI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작년 1분기보다 17.9% 늘어난 3800억원으로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1분기 38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다. 인건비 등 고정비가 반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미국 공장의 수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