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25일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미국에 국빈 방문한 시점에 나왔다. 한미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SDI와 GM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기가와트시) 이상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30GWh는 연간 전기차 40만~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3월 1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5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3월 1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5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이번 합작법인 설립 발표는 ‘한미 기술동맹’ 강화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한미 양국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와 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으로 미국에 신규 일자리 수천 개가 창출되고, 국내 협력회사들의 미국 진출이 확대돼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이번 합작을 통해 GM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양사 합작법인은 향후 출시될 GM 전기차에 탑재할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BMW,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상용차) 등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GM은 북미 1위 완성차 업체이자 쉐보레, 뷰익, 캐딜락 등 4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다. 메리 바라(Mary Barra) 회장의 리더십 하에 2035년 '전동화 100%'를 목표로 하며, 빠른 속도로 전기차 양산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GM과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 내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 GM의 미국 내 입지를 발판으로 미국의 미래 전기차 시장을 공략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지금껏 파우치 배터리 방식의 전기차를 개발해 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및 개발 전략 변화에 따라 원통형과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와의 협력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GM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나아가 원통형 배터리 신규 시장에도 진입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GM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며 "GM이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안전성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에 설립한 첫 번째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은 초기 연간 23GWh 규모다.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해 33GWh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지만 국내에는 '마더 팩토리' 및 핵심소재 연구시설을 구축,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와 양산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더 팩토리는 첨단 생산 기술과 핵심 공정을 선제적으로 개발·적용해 해외 생산 공장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글로벌 표준 공장'이자 '핵심 생산 기지'를 뜻한다.

해외공장은 현지 시장을 겨냥한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마더 팩토리인 한국 공장은 첨단 역량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