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는 고성장 산업이다. 고성장 이면에는 제대로 쉬지 못하는 작가의 애환이 녹아 있다. 웹툰·웹소설 작가는 현재 산업구조가 기형적이라고 지적한다. 작가의 창작물로 유지되는 산업이지만 정작 작가의 창작활동이 보호받지 못해서다. IT조선은 웹툰·웹소설 업계 구조와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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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정보 검증 가능해야"

최근 웹툰·웹소설 산업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작가와 작품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플랫폼과 작가가 제작사(CP)를 통한 계약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CP와 작가 사이에서 정보격차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서다. 웹툰·웹소설 작가 사이에서는 플랫폼에 연재하려면 CP 계약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정보격차 문제는 작가가 정산 관련 정보에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재 플랫폼과 직접 계약한 ‘직계약’ 작가는 이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CP를 통해 플랫폼과 계약한 작가는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을 제외하면 CP사를 통해야 정산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작가가 CP를 통하지 않아도 정산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 ‘파트너 포털’를 운영하고 있다.

정산은 작가가 정식 연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지금도 작가가 CP에 정산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CP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작가 스스로 CP가 자신에게 플랫폼에서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는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 원인은 신뢰 부족

이는 종이책 출판이 주를 이루던 시절부터 작가와 출판사 간 신뢰가 부족했던 영향이다. 플랫폼, CP, 작가가 서로를 신뢰하면 산업구조가 기형적이라거나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산업구조에 관한 지적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에 연재하려면 CP를 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그렇다. 주요 플랫폼에 연재한 경험이 있는 여러 작가는 직계약한 작가가 극소수여서 CP 계약을 한 작가보다 더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플랫폼 기업은 이런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CP 계약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통로를 통해 직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도전만화(웹툰)나 지상최대공모전(웹소설) 등을 통해 누구나 정식 연재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 주장이 서로 대립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CP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분석한다. 작가가 CP를 통해야만 연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CP와 계약하면 연재 기회를 얻기 쉽다는 것이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네이버웹툰 기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재되고 있는 웹툰을 세어봤을 때 회사(CP) 이름으로 연재하는 비중이 전체 40%쯤으로 올라왔다"며 "이제는 개인작가가 분량이나 품질 면에서 CP의 집단 창작 방식 작품을 따라가기 힘든 생태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가가 CP를 통해 계약하면 연재가 유리해졌다"고 덧붙였다.

신뢰 부족 원인은 플랫폼 프로모션

여러 작가가 CP를 불신하는 이유로는 프로모션이 꼽힌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싶어하고, CP는 작가를 만나 계약을 체결한다. 프로모션은 웹툰·웹소설 업계에서 작품이 살아남게 하는 생명줄 같은 역할을 한다. 프로모션 역시 웹툰·웹소설 산업 구조상 구성원 간의 정보격차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프로모션이 정산 관련 정보격차와 다른 부분은 CP까지 불공정하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프로모션 정보격차가 문제인 이유는 CP가 작가에게 프로모션을 약속하며 작가에게 정산비율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플랫폼이 자회사 CP를 우대한다는 불공정 논란이 생겨서다. CP 노력으로도 작품에 따라, 또 회사 규모에 따라 플랫폼 프로모션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작품 수는 늘어나는데 플랫폼의 광고 구좌(슬롯)는 한정돼 있다.

현재 연재되는 웹툰·웹소설 작품은 수천편에 달한다. 5월 3일 기준 카카오페이지에 완결작을 제외하고 연재되는 웹툰은 1785편, 웹소설은 2631편이다. 네이버, 리디 등 다른 플랫폼까지 생각하면 실제 작품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플랫폼에서만 수백에서 수천편이 연재된다. 프로모션을 받지 못하면 독자는 작품의 존재를 알기도 힘든 셈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웹툰 산업 불공정계약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작가 498명 중 26.3%는 연재 플랫폼·CP가 마케팅·홍보(프로모션)를 해주지 않는 점을 불공정하다고 꼽았다. 또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한 CP 29곳 중 51.7%는 플랫폼이 마케팅·홍보를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웹소설 작가는 "CP가 작가와 계약할 때 플랫폼 프로모션을 약속하면서 정산비율이 작가에게 불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CP 계약을 하면 플랫폼에 프로모션 심사를 신청하는 것도 CP의 권한이 돼 작가는 원하는 플랫폼에 프로모션을 넣어준다는 CP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플랫폼의 프로모션 선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모션은 작품성과 흥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진행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형 플랫폼이 CP들에게 고정 프로모션이 가능한 광고 구좌를 주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