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앙"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에 시동을 걸자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에 당장이라도 치고 나갈 듯한 우렁찬 소리로 채워졌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주차됐다.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주차됐다. / 이성은 기자
최고출력 600마력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단 3초대, 최고속도 시속 300㎞ 이상인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우라칸 STO’, ‘우루스 S’가 트랙에 줄지어 시동 거는 소리만으로 슈퍼카의 성능을 예고했다.

5월 18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미디어 트랙데이를 통해 우라칸과 우루스를 만났다. 이번 행사는 오는 8월 한국에서 열리는 열리는 ‘슈퍼 트로페오’(Super Trofeo) 개최 이전에 대회 느낌을 미리 경험해보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슈퍼 트로페오는 2009년부터 람보르기니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원-메이크 레이스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특정 제조사의 단일 차종끼리 경주하는 대회다. 미국, 아시아, 유럽 등 3개 대륙에 각각 3개 시리즈가 열린다.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초보자도 레이서 만드는 슈퍼카

가장 먼저 만난 슈퍼카는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다.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날렵한 외관, 유려한 선 등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단지 공기역학을 설명할 뿐이다.

람보르기니 차량들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주행 전 정차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차량들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주행 전 정차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기존 1세대 우라칸 대비 7배 높은 ‘다운포스’를 발휘하도록 디자인됐다. 다운포스는 차량이 고속주행할 때 공기저항을 받아 차량을 아래로 눌러주는 힘이다. 이를 통해 차량의 도로 접지력을 높여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뒤에 위치한 10기통 엔진을 식히기 위한 그물 모양의 공기 배출구, 차체 후면 가운데 위치한 2개의 배기구가 인상적이다.

실내는 비행기 조종석 같은 버튼 디자인이 슈퍼카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빨간색 뚜껑을 열어야 누를 수 있는 시동 버튼, 운전·조수석 사이 위치한 창문 여닫기 버튼 등 익숙한 버튼들 마저 이채롭게 배치 디자인됐다. 시트 착좌감은 단단하지만 몸을 감싸주는 디자인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기어 변속 버튼에는 드라이브 모드가 없다. 스티어링휠(운전대) 뒤에 있는 기어 변속 장치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1단으로 조정하면 주행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실내.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실내. / 이성은 기자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4륜 구동을 바탕으로 초보자들도 슈퍼카의 성능을 쉽게 만끽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4륜구동에 10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61.2킬로그램미터(㎏·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1초, 최고속도 시속 325㎞의 성능을 갖췄다.

첫 출발 시 가속이 민감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울컥거리듯 갑자기 튀어나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민감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속감이 돋보였다.

진가는 고속 주행에서 나타났다. 시속 100㎞ 이상 속도로 언제 올라갔는지 모를 정도로 고속주행에도 안정감이 뛰어났다. 특히 곡선 구간 주행에서 안정감이 돋보였다. 몸이 마음대로 쏠리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일부 차량의 경우 운전자의 양 옆구리를 지지하며 안정감을 주는 시트 디자인이 인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만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시트가 몸에 착 달라붙어 자연스러운 지지감을 주는 느낌이었다. 단단한 시트는 고속주행에서 신체를 단단하게 지지해주며 고속주행에서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졌다.

람보르기니 차량들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차량들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곡선 구간, 직선 구간 급가속에도 바퀴가 미끄러지는 일은 없어 안정적이었다. 핸들링은 세밀하면서도 운전자 의도대로 곧장 움직이며 안정감 있는 주행을 도왔다.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의 전반적 승차감은 서행 보다 고속주행을 통해 안정감과 엔진 성능의 즐거움을 느껴야 더욱 편하게 느껴졌다.

‘우라칸 STO’, 더욱 경량화돼 트랙에 최적화

반면 우라칸 STO는 트랙 주행에 더욱 적합하다. 우라칸 STO 레이싱 차량에서 사용하는 특장점을 일반도로에서 달릴 수 있도록 인증받은 차량이다.

우라칸 STO는 ‘우라칸 퍼포만테’와 비교해 전체 공기흐름 효율을 37% 개선했다. 다운포스는 53% 향상시켰으며 공차 중량이 43㎏ 가볍다. 외부 패널에 75% 이상의 탄소 섬유를 사용했다. 특히 항공우주 산업에서 활용하는 탄소 섬유 ‘샌드위치’ 기법을 반영했다. 공차 중량은 1339㎏으로 우라칸 퍼포만테 대비 43㎏ 더 가볍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주차됐다.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주차됐다. / 이성은 기자
시승 차량은 흰색 바탕에 파란색이 곳곳에 배치된 투톤 색상이 적용돼 산뜻해 보였다.

후면부에는 보닛 아래 냉각 성능이 높아지도록 일체형 공기 배출구를 추가했다. 후면 보닛 일체형 샤크 핀(Shark Fin)이 탑재돼 곡선 구간 주행에서 주행 성능을 향상하도록 했다.

실내는에도 차체 경량화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차량 내부 문 손잡이다. 문 손잡이가 플라스틱 부품 대신 끈으로 돼 있다. 기존 문 손잡이가 있을 법한 곳에는 창문 잠금 열림 버튼 등이 있다.

주행 질감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고속주행과 곡선 구간에서 안정감, 단단한 시트 등 모든 면에서 하면서도 조금 더 날카로운 주행감을 보였다.

우라칸 STO는 후륜 구동, 10기통 엔진,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57.7㎏·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0초, 최고속도 시속 310㎞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실내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실내 / 이성은 기자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와 우라칸 STO는 모두 각각 기본 주행모드 스트라다(STRADA), STO로 주행했지만 트랙에서도 속도감과 안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두 차량 모두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 LDVI(Lamborghini Dinamica Veicolo Integrata)가 적용됐다. LDVI는 차량 주행 모드에 따라 섀시를 알맞게 조정해주고 차량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반영해 주행 상황에 따른 알맞은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우루스 S’, 일상서 느낄 수 있는 슈퍼 SUV

이어진 시승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 S’였다.

우루스 S의 외관은 전면부 가운데가 앞으로 솟은 듯한 날카로운 디자인, 운전석에서 뒷좌석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천장 라인 등 역동성을 드러낸 선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실내는 일상에서 편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안락했다. 슈퍼 스포츠카를 운행한 뒤 타본 터라 평소 느끼던 SUV의 공간감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우라칸에서 느낀 람보르기니의 실내 감성은 동일했다. 빨간 뚜껑이 달린 시동 버튼, 기어 변속 등은 마찬가지였다. 에어컨 송풍구 등 실내 요소마다 각을 살려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이 스포츠 감성을 드러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주차됐다.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우루스 S’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주차됐다. / 이성은 기자
주행을 시작하자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출발하는 슈퍼 SUV의 모습을 드러냈다. 우루스 S는 4륜 구동, 8기통 엔진, 최고출력 666마력, 최대토크 86.7㎏·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5초, 최고속도 시속 305㎞의 성능을 갖췄다.

가속과 제동 성능은 매끄러우면서도 강력했다. 슈퍼카의 유전자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트랙 내 과속방지턱 등 요철 구간은 없었지만 평지 주행에서도 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르스 S에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여기에는 액티브 안티롤 바와 액티브 댐핑 시스템이 탑재돼 차체 안정성을 돕도록 한다. 특히 트랙 주행 시 SUV 특성상 곡선 구간에서 쏠림이나 미끄러짐이 상대적으로 더욱 발생하기 쉽지만 우루스 S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성능이 강조된 SUV의 주행 감성을 뛰어 넘는 슈퍼카 그대로의 주행력을 갖췄다는 느낌이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 실내. / 이성은 기자
람보르기니 ‘우루스 S’ 실내. / 이성은 기자
온로드, 오프로드 모두 대응 가능하면서도 일상에서 데일리카로 운행하기에도 적합해 보여 전천후 슈퍼 SUV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카나서 밟는대로 반응하는 ‘우라칸 STO’

일정 구간에서 장애물을 피해 주행하는 짐카나 주행이 이어졌다. 우라칸 시승 시 트랙에서 경주하듯 다른 차량을 추월하며 달릴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더욱 마음껏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짐카나는 우라칸 STO 주행으로 진행됐다. 우라칸 STO는 짐카나에서 과격하게 주행하는 운전자의 모든 움직임에 그대로 반응하는 듯한 응답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짐카나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짐카나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첫 출발 시 급가속으로 출발한 우라칸 STO는 라바콘을 피하며 이뤄진 급격한 핸들링 조작에도 흔들림 없이 치고 나갔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는 구간에서는 속도가 재빠르게 줄어든 뒤 다시 가속 페달로 발을 옮기는 과정까지 모두 페달에 발을 올리자마자 반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360도 회전 구간에서는 안정성이 더욱 돋보였다. 일반적인 스포츠카의 경우에도 360도로 빠른 회전 시 탑승자가 하체에 힘을 주며 원심력을 버텨야 하지만, 우라칸 STO는 하체에 많은 힘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특히 회전 시 미끄러지는 현상 없이 바닥에 달라붙은 듯 도는 주행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