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 시즌을 앞두고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역대급 실적 및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노조가 역대급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불안전한 경영상황, 실적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 임금인상·성과급·정년연장 요구…KG모빌리티 연봉정상화 쟁점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조선, 철강업계 주요 기업들이 임단협 시즌에 돌입했다. 완성차업계 맏형이자 임단협의 기준점이 되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사는 내달 10일께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 생산 라인.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생산 라인. / 현대자동차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노조가 높은 임금인상과 더불어 정년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 초안을 도출했다. 이 요구안에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현대차 노조는 25일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6일에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단체교섭 요구안에는 정년연장과 신규인력 채용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나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과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해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부담이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 해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지출돼야 한다.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 기존 인력의 정년연장 요구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 노사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첫 임단협에 나선다. KG모빌리티 노사는 3년 주기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선목래 KG모빌리티 노조위원장, 곽재선 회장, 정용원 대표이사. / IT조선 DB
왼쪽부터 선목래 KG모빌리티 노조위원장, 곽재선 회장, 정용원 대표이사. / IT조선 DB
그간 KG모빌리티 임직원들은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연봉의 20%를 반납해 왔으며 복지제도도 줄여웠다. 이번 임단협에서는 연봉의 정상화 및 성과급, 복지제도 복원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올 1분기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하기는 했으나 경영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 생산 등을 위한 투자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처우 개선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호황’ HD현대重·한화오션 갈등 불거지나…포스코도 난항 예상

HD현대의 조선계열사들도 임단협 테이블에 앉았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상견례를 갖고 임단협에 돌입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등 5개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교섭 효율화를 위한 공동교섭 TF구성 ▲신규채용 실시 ▲ESG 경영위원회 참여 보장 ▲노사 창립기념일 현대오일뱅크 상품권 각 50만원 지급 ▲하청노동자 여름휴가 5일 유급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2023년 임금교섭 상견례. / 뉴스1
HD현대중공업 2023년 임금교섭 상견례. / 뉴스1
HD현대 조선계열사 노사는 올해가 흑전전환의 해인 만큼 지난해에 이어 무분규로 빠르게 협상을 타결하자는 입장이지만 요구안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본급 인상과 더불어 공동교섭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업이 호황에 접어든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경 투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사측은 아직까지 흑자가 아니라는 점, 비용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노조도 강경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선제압을 위해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노조의 위로금 요구를 거절한 것도 문제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오션 노조는 3월 사측에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근속수당 일괄 1만원 인상 ▲정년 1년 연장(만 61세) 및 임금 100% 보전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 앉는다.

사측이 이미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경우 기준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 및 장기근속 포상 등을 약속한만큼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사도 최근 상견례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성과 인센티브(PI) 제도 신설▲중식비 인상 ▲하계휴가 및 휴가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다. 특히 임금인상률만 놓고 봤을 때 역대 최고 수준을 요구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수해로 인한 실적 악화 및 비상경영 체제 돌입, 불안정한 경영환경 등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프레이션과 물가 상승으로 삶이 팍팍해졌다"면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 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 한화오션
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대부분 노조가 높은 임금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급 실적 혹은 호황, 새로운 주인과 첫 협상 등이 노조의 요구안에 반영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실적이 좋고 호황일 수 있으나 아직까지 체감을 못하는 기업도 많고 불안정한 경영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견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교섭에 임해 최대한 빨리 매듭지어야 겠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