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완치 사흘만에 다시 재확진된 것을 계기로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관련한 치료 후 재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무증상 경증임에도 팍스로비드 복용 후 코로나19가 다시 재발됐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증 환자들에게 이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1일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격리 상태에서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치료를 받은 뒤 같은달 27일 음성 판정을 받고 공식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사흘 뒤인 같은달 30일 검사에서 다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재격리에 들어갔다. 의료진은 콧물과 마른기침, 피로를 호소했던 첫 감염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는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코로나19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정해진 5일간의 팍스로비드 치료 후 2~8일만에 다시 병이 재발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증세는 가볍고, 이미 겪었던 증세가 반복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일부는 증세가 없는데도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팍스로비드로 치료받고 완치된 후 코로나19에 다시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를 ‘팍스로비드 리바운드(재발)’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달 전부터 이런 사례의 환자들이 나타나면서 5~6월부터 관련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미국의 건강관련 매체 헬스라인닷컴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1년 12월에서 2022년 5월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사람들 5200명을 조사했더니 약을 다 복용한 후 5~15일 사이에 1% 미만의 사람들이 심각한 재발(응급실을 찾거나 병원 입원)을 겪었다. 이들의 절반은 65세 이상이었고 4분의 3이 기저질환이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483명의 팍스로비드 재발 환자 중 4명(0.8%)이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위험이 높았다.
CDC 연구나 이 연구 등을 종합해보면 팍스로비드 재발은 사례가 많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이들 연구는 병원을 방문해야 할 정도로 증세가 심한 사람들을 조사한 것이라 무증상자 포함 전체적으로 얼마나 재발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앞서 5월 CDC는 팍스로비드 재발 사례들이 있다고 알리며 경고를 발령한 바 있다. CDC는 재발이 일어난 시기에도 환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처음 감염기와 비교해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 재발이 왜 일어나는지 아직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7월 2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여러 실험실 연구에서 팍스로비드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 변이가 등장한 것이 보고됐다.
약 복용자가 많아지면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며칠간 바이러스가 약과 체내에서 싸우면서 약의 기전을 회피할 수 있는 변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CDC는 재발 양상이 팍스로비드나 예방접종, 추가접종 등과 관계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연적인 역사(소멸사)일 수 있다고 보았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샌디에이고) 의대 연구자들은 "팍스로비드 복용량이 바이러스의 복제를 완전히 막기에 충분한 양이 아니어서 재발이 된 것일 수 있다"며 "일부 사람은 약이 너무 일찍 분해되거나 바이러스 진압에 더 시간이 걸려, 이런 경우 투약기간을 더 늘려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국내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인간이 아직 감기를 정복할 뚜렷한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했듯이 코로나 역시 감기의 일종이고 팍스로비드는 당연 완벽한 치료제는 아닐 수 있다"며 "다만 팍스로비드 처방 이후 재발 증상이 계속된다면 해당 의약품이 정말 유효한 효과를 갖는지 연구하는 추가 임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