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업계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에 적극 뛰어들면서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AI신약 개발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인재 양성이 뒷받침돼야 하며, 통합 데이터 구축을 통해 정보 탐색 능력 향상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탐구 산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탐구 산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신약탐색 활동을 본격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은 긴 개발기간과 후보물질 탐색에 많은 비용이 투여됐지만, AI를 활용하면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효율적인 파이프라인 탐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선 동국제약은 최근 온코빅스와 기능성 소재 제품화 관련 상생협약(MOU)을 체결했다. 온코빅스는 오픈AI(OpenAI)를 활용, 약물 도출 플랫폼 ‘토프오믹스(TOFPOMICS)’를 개발한 기업이다.

동국제약은 해당 협약을 통해 상처치료제나 기능성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병풀을 활용한 ‘테카(TECA)’와 인사돌의 주성분인 ‘에티즘(ETIZM)’ 등 천연물을 통한 개량신약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신약개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종의 분자 모델을 전처리를 거쳐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내는 독자적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개발했다.

회사 측은 “비만과 당뇨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체 AI 시스템으로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단계에 돌입시키는데 단 두 달이 걸렸다”며 “이는 연구원들이 1년 넘게 고민하던 난제를 AI를 통해 해결한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신약개발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2년간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8억종에 달하는 화학물질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모두 가공했다.

대웅제약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의 첫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AIVS’ 툴을 개발,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를 사내에 오픈했다. 데이지는 일종의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로, 대웅제약 연구원들은 데이지에 접속해 신규 화합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성까지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GC녹십자 기금으로 출연한 목암생명과학연구소도 이화여자대학교와 ‘AI알고리즘 이용 신약개발 협력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목암연구소는 2022년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연구소로 탈바꿈한 뒤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다양한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의 신약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선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팀은 표적단백질 3차원 구조와 다이내믹스 등의 분야에서 높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어, 양측은 해당 협약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AI 기술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처럼 관련 분야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공적 AI 신약개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양과 질이 충족된 통합 데이터와 전문 인력 양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이달 발간한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양질의 데이터와 인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관련 산업계에서는 독점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고 데이터 라이센스의 경우 기간이 한정돼 효과적인 후보물질 탐색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또 데이터 구조와 처리 방식이 제각각이라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통합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AI 신약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숙제도 존재한다. 실제 AI신약개발지원센터가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5명중 61.3%(38명)가 기업 내 자체 AI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플랫폼 개선, 데이터 플랫폼 활용도 개선, 데이터 사용 절차 간소화와 같은 데이터 개선 방안과 데이터 기탁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이 필요하다”며 “융합형 인재 양성과 AI 신약개발 분야로의 인력 유입 촉진을 위한 우수 인력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AI신약 개발 연구는 몇몇 회사만 시도할 뿐이었지만 최근 들어 다수의 기업이 적극 활용 방침을 선언하면서 관련 산업이 부흥하는 분위기다”며 “다만 아직까지 국내 AI신약 개발 전문성이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라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