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디지털이 인간을 보조하는 시대를 넘어, 디지털 그 자체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디지털 심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디지털 심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왼쪽부터)황재운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연구교수, 최문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 포용본부장,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 문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 김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박보람 강원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홍주연 기자
(왼쪽부터)황재운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연구교수, 최문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 포용본부장,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 문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 김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박보람 강원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홍주연 기자

2022년 8월 윤 대통령은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질서가 필요함을 외쳤고, 1년 후인 2023년 9월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여기서 나아가 교육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교육분야 특성에 맞게 재구성에 나섰다.

28일 교육부는 한국교육학회,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와 함께 ‘제10차 디지털 인재양성 100인 토론회(포럼)’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교육부가 새롭게 정립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교육 규범 체계'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에듀테크 활성화 등 교육분야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됨에 따라 디지털 기술이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디지털 시대의 교육 규범 체계를 정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영찬 디지털교육기획관은 "교육부는 2022년 8월 세계 최초로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발표했으나, 디지털 심화시대의 공동 번영사회 실현을 위해 디지털 권리장전을 교육분야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고 디지털 시대 교육에 필요한 새로운 규범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디지털기술은 인간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 디지털교육 규범이 지향하는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임을 명시하고, 교육부는 시안 발표를 시작으로 공론화, 공감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육 규범(시안). /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디지털 교육 규범(시안). /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디지털 교육 규범(시안)은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에서 발제했다. 발표는 황재운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연구교수가 맡았다. 황재운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교육 규범'은 기존 교육부의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확장하고, 정부의 디지털 권리장전을 교육분야 특성에 맞게 재구성 한 규범 조문으로 구성됐다.

디지털 권리장전의 5대 핵심가치(자유와 권리 보장, 공정성과 기회균등, 안전과 신뢰, 혁신 촉진, 인류 후생 증진)를 추구하고 있으며, 시안은 총 6장·28조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을 기본으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면, 디지털 교육 규범에서는 "국민 누구나 교육에 참여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제시하는 식이다.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디지털 교육 규범 시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문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은 "기술에 기반한 혁신의 흐름에서 디지털 교육의 기본원칙과 규범을 포섭하는 디지털 교육 규범 수립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다만 담론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선 해당 규범이 교육 현장에서 누가, 어떻게 활용할 지에 관한 구체적인 실천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규범(시안)에서 디지털 교육의 개념을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으로만 구성하고 있는데, 교과융합으로서의 디지털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디지털 교육 규범이 실현되면 학교에서는 2022개정 교육과정과 AI 디지털교과서를 조기에 정착할 수 있고, 모두가 디지털 시대를 풍족하게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보람 강원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교육 규범(시안)이 성인 중심의 관점에서 작성된 건 아닐지 고려해 볼 필요기 있다"며 "학생들이 디지털 교육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편, 교육부와 이화여대 미래연구소는 이날 디지털 교육 규범 시안 발표를 시작으로 오는 6월까지 포럼 및 간담회, 공청회 등을 개최하며 전문가 외에도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에 나선다. 이후 보완을 거쳐 최종안으로 마련된 디지털 교육 규범을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6월에 발표하겠다 구상이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