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낸드플래시에서 가장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보유했다."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 / 웨스턴디지털 제공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 / 웨스턴디지털 제공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는 22일 IT조선과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 1970년대 설립된 웨스턴디지털은 1983년 IBM과 하드디스크 콘트롤러 공급 계약을 따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1992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8메가바이트(MB) 하드디스크를 선보인다. 이후 여러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간 웨스턴디지털은 2012년 히타치를 인수해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웨스턴디지털이 전환기를 맞은 것은 2015년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부터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산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도 이 때쯤이다.

미래 자동차에 있어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저장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 시대에 있어 오고가는 데이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때로 자동차는 데이터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V2V(차대차·Vehicle-to-Vehicle), V2I(차대인프라·Vehicle-to-Infra)를 포함하는 V2X(차대모든것·Vehicle-to-Everything)에 있어 자동차가 모으고, 분석하며, 전달하는 데이터 관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이 주목한 부분도 이 지점이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많아질 수록 이를 저장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러셀 루빈 마케팅 총괄은 "우리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시절부터 자동차 산업에 참여해 왔으나, 본격적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자동차에 접목한 것은 2015년부터다"며 "자동차 산업 환경에서 높은 수준(품질과 안정성을 의미한다)의 저장장치는 꼭 필요하고, 또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라며 자동차 내 저장장치 중요성을 설명했다.

실제 웨스턴디지털은 향후 수년 내에 자동차 내의 데이터량이 수 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 HDD 때는 120기가바이트(GB), 250GB 용량의 드라이브를 장착, 현재의 256GB 낸드 플래시와 용량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용도는 비교적 간단했다. 루빈 총괄은 "당시에는 음악과 지도 정보 등이 데이터의 전부였다"며 "하지만 낸드 플래시 시대는 OS(운영체제)나 방대한 맵 데이터가 주를 이루고, 자동차 안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하이엔드 브랜드 기준으로 3~4년 후에는 필요한 저장공간이 수 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에 있어 데이터의 소통은 클라우드가 대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따른다. 특히 초고속 5G 시대와 맞물려 굳이 차내 저장장치가 필요하냐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루빈 총괄은 "우리도 클라우드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통신이 결여돼 커넥티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빛을 발한다"며 "또 반드시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접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것은 몰라도 V2V 통신을 클라우드로 할 필요가 없다"며 "V2I의 경우 클라우드와 차내 저장장치가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업계가 자동차 산업에 처음 뛰어들 때 놀라는 부분은 바로, 그들의 클라이언트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는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한순간의 장치 오류는 인명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내 저장장치에 있어서도 자동차 업계는 부품 공급처에 고도의 안정성과 품질을 요구한다. 저장 데이터의 안전한 보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동차 내의 어떤 데이터를 담고있든지 간에 말이다.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은 제품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객관화 수치화 하기 어려운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회사의 요구 사항이 있다"며 "자동차 산업계는 설계부터 안전기준이 높고, 테스트도 굉장히 오랫동안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의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i낸드 AT EU312 EFD는 ECC(Error Correction Code·오류정정코드) 엔진이 정말 강력하다"며 "에러가 발생해도 데이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고 오류를 잡는 일에 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웨스턴디지털 i낸드 AT EU312 EFD. / 웨스턴디지털 제공
웨스턴디지털 i낸드 AT EU312 EFD. / 웨스턴디지털 제공
다만 메모리는 그 특성상 소모품에 가깝다. 데이터를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동안 점차 성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대에 차내 저장장치의 유지보수는 누구의 몫인가? 소비자가 부담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점이 궁금했다.

루빈 총괄은 "수명에 대한 문제는 이미 공급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며 "제품 수명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읽고, 쓰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가지고 있는 사용 정보에 맞게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 공급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내구성과 관련한 조언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관련된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의 삼성을 비롯한 여러 낸드플래시 제조 업체가 웨스턴디지털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역시 자동차용 낸드플래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의 i낸드 AT EU312 EFD는 몇 세대에 걸쳐 검증된 ECC의 신뢰도가 경쟁사 대비 높다는 장점을 갖는다. 여기에 개발과 양산에 관한 전체 프로세스를 수직 통합구조를 통해 완벽하게 통제한다. 루빈 총괄은 "고객이 웨스턴디지털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i낸드 AT EU312 EFD의 장착을 결정한 회사는 기밀에 부치고 있다. 부품 공급에 관한 사항은 민감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2020~2021년쯤이면 양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러셀 루빈 마케팅 총괄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티어원(1차) 자동차 부품사는 이미 전세계 공급망을 갖추고,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 회사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 제조사 역시 수백만대의 차를 만들어 내는 자동차 업계의 큰 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을 알고 있다면 한국을 무시할 수 없다"며 "웨스턴디지털이 한국 사업을 위한 전담 조직을 꾸려놓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향후 웨스턴디지털은 자동차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제조사나 부품회사의 다양한 요구를 철저하게 만족하고, 안정성과 신뢰가 높은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