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와 ‘인스타 감성' 만나니 지역상권 살아났다

입력 2019.11.28 09:58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없었으면 지역으로 청년들 관심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제주 문화콘텐츠 기업 ‘재주상회’를 운영하는 고선영 대표의 말이다. 그는 서귀포시 사계리에 ‘사계생활'이라는 공간을 운영한다. 이 곳에서 지역 주민은 삼삼오오 모여 모임을 갖는다.

재주상회는 당초 여행자로 제주도에 왔다가 그 매력에 빠져 터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으로 시작했다.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처음 구성됐다. ‘살아보는 여행’ 리얼 제주 매거진 iiin[인]이라는 단행본을 발행하고 이를 묶어 잡지를 펴냈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어 제주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굿즈까지 제작해 판매한다. 사계생활은 사계리 지역문화가 모두 모인 콘텐츠 공간인 셈이다.

그런 재주상회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각종 투자가 이뤄지고 브랜드 콜라보레이션까지 확장하고 있다. 특히 사계생활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90년대 레트로 감성을 무기로 젊은층을 움직였다. 그 기반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 서귀포시에서 ‘부스트 위드 페이스북(Boost with Facebook)’행사를 진행했다. 부스트 위드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이 중소기업과 커뮤니티 성장을 지원하는 통합 디지털 역량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운영된다.

이번 행사는 페이스북 ‘#그녀의비즈니스를응원합니다(#SheMeansBusiness)’ 프로그램 일환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꿈과 비전을 향해 도전하는 여성 기업가를 응원하고, 지속적인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27일 개최된 ‘제주 우먼스 데이(Jeju Women’s Day)’ 행사에서는 ‘재주상회’ 등 제주에 정착한 여성 소상공인 이야기와 인스타그램으로 소비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안다르 ▲유리임서울 ▲바디플러스핏 등 여성 기업인 성공사례가 공유됐다. 페이스북코리아가 이날 행사를 제주에서 연 이유도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지역 사업체 운영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사계공간' 내부. 은행 창구와 금고, 지점장실 등을 그대로 뒀다. 금고는 지역기반 창작자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IT조선
제주에 사는 ‘크리에이터의 삶’…그들이 전하는 ‘제주 이야기’

사계생활에 들어오면 마치 옛날 은행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골 은행에서 볼 수 있는 창구, 번호표 같은 구조가 그대로다. 옛 은행으로 쓰였던 건물을 빌려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한 덕분이다.

마을 중심에 있던 이 은행은 과거 마을 주민이 커피 한잔을 나눠 마시며 농사 정보를 공유하던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2018년 은행이 마을 외곽으로 이전하며 빈 공간으로 남았다. 중심지의 커뮤니티 공간이 사라지니 주변 상권이 조금씩 무너졌다.

고 대표는 은행 건물을 로컬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한 지역주민은 공간에 담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으니 내부 구조를 모두 없애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고 대표는 은행 구조를 최대한 없애지 않는 선에서 리모델링을 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옛스러운 구조를 그대로 보전한 덕분에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얻었다. 지역 주민부터 관광객까지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고 대표는 2020년 3월 빈 창고를 활용해 제주 전통음식을 전문으로 만드는 공유주방을 열 계획이다.

이는 고선영 대표가 최근 도심을 떠나 제주도를 포함해 지방으로 청년들이 이주하는 현상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기존 인간 관계에 지친 청년들은 지역에서 취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관계를 지향한다. 취향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이 지역기반 창작자를 위한 온라인 공간이 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 대표는 "마을 주민에게는 이전의 커뮤니티 공간을 되돌려주는 한편 여행자들은 이 곳에서 온전히 제주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계생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제공
"인스타그램으로 광고부터 음식주문까지 한번에"

인스타그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지역 재생에도 도움을 준다. 대표 사례는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 진행한 ‘후쿠오카 라멘 프로젝트'다.

후쿠오카는 극심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도심 지역 내 지가 급등, 각종 공해로 인해 주택이 도시 외곽으로 진출하면서 낮에는 유동인구가 많지만 밤에는 이들이 모두 빠져나가 도심에 인구가 없는 상태가 됐다. 그나마 후쿠오카는 돈코츠라멘 본고장으로 알려져있어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역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

문제는 유명한 돈코츠라멘 장인들이 디지털 기기나 영어를 쓸 줄 모른다는 점이다. 지역재생을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가게를 홍보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 가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후쿠오카 지역 관광객 대상 타깃광고를 집행했다. 집행된 스토리즈 광고(스마트폰 화면에 맞춰 세로로 구성된 광고)에는 이용자 식욕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한 감각적인 영상을 포함했다. 광고를 누르면 이용자 현재 위치에서 라멘집까지 이동경로가 뜬다.

’후쿠오카 프로젝트' 광고는 광고 재생부터 가게위치 확인, QR코드 음식 주문과 관련영상까지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에 이어진다.
도착한 음식점 테이블 위 QR코드를 찍으면 메뉴를 확인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메뉴판은 영어로도 뜬다. 주문이 완료되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가게 역사와 라멘 유래와 관련된 IGTV(인스타그램의 세로영상 모아보기 서비스)를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모바일 광고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한 사례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한달 간 해당 광고는 4000명이 시청했다. 81명은 메뉴를 QR코드로 확인했다. 광고 집행 전에는 한달 평균 4명이 방문하던 가게였다. 디지털과 거리가 멀었던 전통 지역 상권을 살린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보다 가까워질 수 있도록 커뮤니티 운영에 힘을 보탠다"며 "더 많은 창업가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좀 더 나은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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