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74) 필사해 보세요, 정지용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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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3 04:00
주말 ‘하루천자’ 글감은 ‘한국 현대시 사상 기념비적인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정지용(鄭芝溶, 1903~?)의 시를 골랐습니다. 1930년대 문학의 주요 흐름 어느 곳에나 그늘을 드리우면서도 그 역량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특정 집단에 잘 꿰어 맞춰지지 않는 시인입니다.

시인의 대표작 ‘향수’에 등장하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아닌가 싶은 ‘그 사람’이 나오는 구절이 눈길을 끕니다. 정겨우면서도 애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를 감상하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충북 옥천에서 출생한 정지용은 휘문고보에서 수학하고 일본 도시샤대학 영문과에 유학 중 대표작 ‘향수’(오른쪽)를 발표하고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태준, 김기림, 박태원 등과 ‘구인회’ 를 결성해 현대시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이후 청록파 시인들을 비롯해 이상, 윤동주 등 수많은 시인을 발굴해 냈다. 광복 후 이화여대, 서울대에 출강하며 시론, 평문, 번역시를 발표했다. 한국전쟁 당시 녹번리 초당에서 설정식 등과 함께 정치보위부에 나가 자수 형식을 밟다가 잡혀 납북된 것이 자진 월북으로 오인되어 오랫 동안 묻히게 됐다. 1953년경 북한에서 사망한 것이 통설로 알려져 있다.
옛 이야기 구절 / 정지용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 길에서 불렀노라.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펐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펐노라.

나가서 얻어 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기름불은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에 눈물을 고이신 대로 듣고
니치대든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웃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큰 독 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고을 밤은
찾아온 동네 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그러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맺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이 집 문고리나, 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 1927년 잡지 《신민》(新民)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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