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104) 필사해 보세요, 한하운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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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27 04:00
주말 ‘하루천자’ 필사 글감으로는 대한민국의 시인·사회활동가 한하운(韓何雲, 1920~1975)의 시를 골랐습니다. 한하운의 본명은 태영(泰永)으로, 함경남도 함흥에서 부유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 이리농림학교·중국 북경대학 농학원을 졸업한 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한센병 재발로 사직하고 1948년에 월남해 떠돌면서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한하운의 시 작품은 나환자라는 독특한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상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이고 민요적인 가락으로 노래하고 있는 그의 시를 음미하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한하운(왼쪽, 이리농림학교 시절)은 해방 후 지주 집안으로 몰려 재산을 몰수당하고 동생과 서점을 운영하다, 1946년 3월 함흥학생데모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 29세(1948년) 때 월남했다. 남쪽으로 내려와 곳곳을 떠돌며 밤에는 쓰레기통 옆에서 자고 낮에는 깡통을 든 채 빌어먹는 걸인으로 연명하다 구걸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서울 명동으로 왔다. 명동의 문인들이 자주 다니던 다방에서 자신이 쓴 시 '파랑새' '비오는 길' '개구리' 등을 판 인연으로 당대 유명한 시인들을 만났다. 시인 이병주의 도움으로 낸 《한하운시초(韓何雲詩抄》(1949, 정음사)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제2시집 《보리피리》(오른쪽)을 1955년에, 1956년에는 《한하운시전집》을 펴냈다. 오늘 소개하는 시는 《보리피리》에 실린 것.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 한하운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성한 사람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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