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빈 시그나(Sygna) 대표 인터뷰
"시장 제도화에 앞서 AML 준비 필수"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VASP)는 미래 불확실성을 미리 해소하기 보다는 제도화를 기다린다는 명목으로 관련 준비를 뒷전으로 미룹니다. 정확한 세금을 내고, 사기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산업이 건전해지고 활성화될 기틀이 마련될텐데 말이죠. 아마도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 자체 구축에 부담감이 커서 이를 뒷전으로 미루는 곳이 많을 겁니다. 시그나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최소한의 자원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권석빈 시그나 대표는 최근 IT조선과 만나 "트래블 룰(Travel Rule, 가상자산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서비스 사업자가 가상자산 거래 송수신자 실명과 가상자산 지갑 주소, 물리적 주소 등 개인정보를 파악해 기록했다가 감독당국이 요청할 경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준수하는 것은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라며 "규제가 들어서기 전 시장이 알아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장 육성 차원에서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FATF 권고에 따라 3월 가상자산 사업자에 AML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가상자산 사업자는 시장 제도화에 앞서 미리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다만 AML 솔루션 자체 구축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그나같은 솔루션 업체에 가상자산 사업자가 눈길을 주는 이유다.
시그나는 쿨빗엑스가 2019년 내놓은 AML 솔루션 시그나 브릿지(Sygna Bridge, FATF가 2019년 6월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지침서의 핵심인 트래블 룰을 준수하도록 하는 솔루션)를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에 제공한다. 이를 적용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서로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즉시 송신인과 수신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마치 기존 은행이 크로스보더 자금 이체 시 자신을 식별하는 데 사용하는 스위프트(SWIFT) 기관코드와 유사한 브릿지코드를 발급받으면, 이를 통해 관련 API에 접근한다. 이를 통해 개인 신원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암호화해 거래하는 식이다.
韓·中·日로 영업권 확대…아시아 시장 우선 선점
권석빈 대표는 인터뷰 내내 아시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말을 유독 많이 했다. 그는 "기존 금융 사업자는 그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서구발(發) 금융시스템을 적용했다"며 "가상자산 시장은 서구권보다는 아시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드러낸다. 국제 표준이 나오는대로 이에 맞춰 아시아 시장을 기점으로 영업망을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쿨빗엑스는 이미 일본과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가상자산 사업자에 AML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SBI 그룹 가상자산 거래소인 VC 트레이드와 코인체크, 비트뱅크, 데이빗, 핫빗코리아 등 15개 거래소에 시그나 브릿지를 제공하고 있다.
권 대표는 "대만에 본사를 둔 쿨빗엑스는 일본 SBI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일본에 쿨빗엑스 일본법인인 시그나 재팬을 설립하면서 일본과 관계를 구축했다"며 "한국에서도 법인을 설립하면서 한국 가상자산 시장과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그나 브릿지의 차별점을 묻자 권 대표는 ▲당장 적용 가능한 솔루션 ▲기존 금융 솔루션 대비 부담없는 비용 ▲개인 정보를 암호화해 전달하는 보안성 ▲손쉽게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는 API 등을 들었다.
권 대표는 "시그나 브릿지는 가상자산계의 스위프트(SWIFT)를 추구한다"며 "쿨빗엑스가 제공하는 API를 활용해 특정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의 KYC·AML 절차를 거친 이용자 정보와 검증 데이터를 또 다른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에게 빠르게 공유하도록 꾸준히 돕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AML 솔루션 적용에 적극적이지 못한 현 국내 시장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현 가상자산 거래 시스템에 이 솔루션만 적용해도 트래블 룰을 준수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당장 솔루션을 적용하겠다는 회사는 드물다"며 "기존의 것을 바꾸는 데에 따르는 거부감과 비용 부담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A로부터 B로 자금이 흘렀다는 데이터 없이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며 "기존 업자들이 미리 시장을 만들어놓지 않고서 ‘규제기관이 해주겠지’라는 자세로 방관하다가는 시장 육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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