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118) 김약국의 딸들 ②… 봉제 영감 외동딸과 봉룡의 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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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14 04:00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수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 필사감으로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경리(朴景利, 1926~2008)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인 《김약국의 딸들》(1962, 을유문화사)을 골랐습니다. 어린 시절 작가 자신이 살던 마을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생생하게 되살려, 한 집안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비극의 장엄한 교향곡’입니다.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30년 뒤 재출간되었을 때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필사해 보세요. /편집자 주

《김약국의 딸들》은 소설(왼쪽, 표지)이 출간된 이듬해인 1963년 영화(오른쪽, 포스터)화되어 제1회 청룡영화상(1963)에서 여우조연상과 미술상을, 제3회 대종상영화제(1964)에서 여우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유현목이 감독하고, 이민자, 엄앵란, 최지희, 강미애, 김동원, 황정순, 황해,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다.
김약국의 딸들 ② (글자수 856, 공백 제외 652)

신병 때문에 혼기를 놓친 연순을 강택진(姜澤辰)에게 보내기로 결정한 그날 밤, 봉제 영감은 혼자 되뇌었다. 입맛이 쓴 일이었다. 강택진의 행장은 결코 좋지 못하다. 얼굴만은 희멀쑥해서 양반의 종자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부모도 가산도 없는 표령(飄零)의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서 천한 계집들의 두호를 받아가며 나날을 보낸다.

허나 봉제 영감은 그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인물만 쓸 만하면 외딸의 사위, 얼마든지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젊은 날에 흔히 있는 사내들의 방탕이요, 더군다나 강택진의 처지는 그런 처신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인물이 문제였다. 아무리 뜯어봐도 소인이요, 무식꾼이다. 글을 배우기는 했어도, 거기다가 잔재주가 있어 뵈니 탈이라는 것이다.

(중략)

풍문에 의하면 봉룡은 도둑의 손에 죽었다고도 하고 박씨 문중 사람들이 때려 죽였다고도 했다. 그밖에도 객사(客舍)에서 열병을 앓아 죽었다고 했다. 별의별 말이 떠돌았으나 누구 한 사람 봉룡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애비 어미 없는 성수만 불쌍하지요."
성수의 말이 시누이 입에서 나오자 송씨는 완연히 불쾌한 빛을 띤다. 불쌍하다는 말은 그의 비위에 더욱 거슬렸다.
"뭐가 불쌍할까? 옷이 없나, 밥이 없나. 큰아부지가 일월같이 떠받드는데, 얼음이라 녹을까 벌벌 떠는데."
감정을 나타낸다.

(중략)

이 밖에도 송씨에겐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지난날 숙정의 미모에 대한 열등의식, 싸늘한 성격에서 자기를 손윗사람으로 대접해주지 않았던 일, 그리고 또 중대한 것은 영감이 성수에 대해 병적인 연민의 정을 갖고 있으며 김씨 문중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절대시하고 있는 일이다. 딸자식일망정 내 자식을 제쳐놓고 조카자식에게는 모든 것이 물려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 단어 풀이
- 행장 : 行狀, 몸가짐이나 행동
- 표령 : 飄零, 나뭇잎 따위가 바람에 나부끼어 흩날림
- 두호 : 斗護, 남을 두둔하여 보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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