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잇따라 포함시킨다. 나스닥 상장사는 물론 결제업체, 전통 보험사까지 비트코인 투자 시장에 진입한다. 비트코인이 하나의 자산으로 완전히 안착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비트코인이 안전한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상장사·결제업체·보험사까지 "비트코인, 가치 상승 잠재력 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움직인 곳은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이 회사는 올해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4억달러(4368억원 규모) 이상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80%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셈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 달러보다는 비트코인이 가치 상승 잠재력 면에서 높다고 판단한 것이 이유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 채권 발행까지 추진했다. 12월 7일 이 회사는 비트코인 투자 목적으로 4억달러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뛰어나다"며 "장기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미국 결제업체 스퀘어 역시 비트코인 매입에 나섰다. 스퀘어는 10월 5000만달러(약 540억원, 4709개)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이는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총 자산의 1%에 해당한다. 당시 스퀘어는 비트코인 투자를 두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스퀘어 측은 "가상자산은 세계 모든 사람이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개인에게 경제적 자율권을 부여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스퀘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약 150년의 전통을 가진 미국 대형 생명보험사도 비트코인 매수에 뛰어들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내 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매사추세츠뮤추얼생명보험(Massachusetts Mutual Life Insurance)은 최근 뉴욕 소재 디지털 자산운용사 NYDIG를 통해 운용자산 중 1억달러(1092억원)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이는 보험사가 운용하는 전체 자산(2350억달러)의 0.04%에 해당한다. 이 보험사는 동시에 500만달러(55억원) 상당의 NYDIG 지분도 함께 사들였다. NYDIG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톤릿지’ 자회사다. 현재 매사추세츠뮤추얼생명보험을 비롯한 수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 수탁업무를 도맡고 있다. 더 많은 기관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지분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韓 상장사발 비트코인 투자는 ‘소극적’
관련 인프라 이제 막 ‘기지개’

국내 상장사 또는 금융기관발 비트코인 투자는 미국 대비 소극적이다.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내 시장 분위기에 짓눌린 탓이다.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금융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투자는 이뤄지기 힘들다"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 못지 않게 성장할 시장인 만큼, 많은 기관이 눈 여겨 보고는 있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를 위한 디지털자산 운용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이미 기관투자자 전용 거래 상품 ‘빗썸 프라임’을 내놓고 기관 투자자 모시기에 나선 상태다. 일반 투자자 거래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거래 서비스를 지원한다.

국내 전통 금융권에서는 최근 KB국민은행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디지털자산 기업 코다(KODA)를 설립했다. 코다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 수탁을 시작으로 향후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입과 운용 등을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법적으로 투자가 금지된 것도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국내 기관들의 비트코인 투자는 앞으로 활발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법률사무소 디케이엘파트너스의 권단 변호사는 "현 법령상 가상자산 투자 금지 규정은 없다"며 "상장사가 이사회를 거쳐 여유자금 중 적정 규모를 투자하는 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령 투자 손실이 나더라도 세계 기관 투자자가 투자한 주요 가상자산에 적정 규모를 투자하는 것을 두고 ‘주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이사진이 충실의무를 준수한다는 기준 아래 얼마나 합리적으로 투자 대상 가상자산 선정 및 투자 규모 등을 검토했는지가 과실여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IT조선은 17일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 ‘FinD 2020’을 진행한다. ‘데이터와 플랫폼을 주제로 IT조선 공식 유튜브를 통해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세션이 마련된다. 윤하리 신한은행 디지털 R&D센터 블록체인랩장과 류창보 NH농협은행 디지털연구개발센터 파트장, 김의석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대훈 SK증권 연구원 등이 참여해 국내외 CBDC 향후 전망과 은행·핀테크 업계의 변화를 짚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