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확정됨에 따라 이번 대선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정부 직속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반면, 당선인의 공약에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약속이 없었던 만큼 공중보건 후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국민의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614만7738표(득표율 47.83%)를 얻었다.

두 후보의 투표수 격차는 24만7077표로, 0.73% 차이 득표율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소 격차다.

이번 당선을 통해 각 업계는 새로운 정권 아래 산업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윤 당선인이 세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정부 ‘컨트롤타워’ 설치, 과감한 규제 혁신…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단축

우선 그간 윤 당선인이 내세운 제약바이오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윤 당선인은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제약바이오 강국 실현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는 각 부처별 칸막이식 행정으로 ‘발전 속도 저하’와 ‘다소 뒤쳐지는 글로벌 경쟁’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업계 선진화를 위한 이끌 ‘범국가적 컨트롤타워’ 설립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윤 당선인은 백신주권, 글로벌 허브 구축을 위한 국가 R&D(연구개발) 지원으로 제약바이오주권을 확립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도 약속했다. 아울러 제약바이오산업의 핵심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 생태계를 조성에도 힘쓰겠다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윤 당선인은 백신·치료제 주권확립과 글로벌 백신허브 구축을 위한 전폭적인 국가 R&D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초고속 백신 개발 및 제조기술, 포스트코로나 백신 치료제, 필수백신, 디지털방역 등에 대한 국가 R&D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첨단의료분야(재생의료, 정밀의료, 뇌과학, 노화, 유전자편집, 합성생물학 등) 및 바이오 디지털분야에도 국가 R&D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성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전유전자분석 실시 및 제대혈 코호트 구축사업을 시행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접목한 바이오 R&D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공약집에는 과감한 규제 혁신과 지원을 통한 신산업 육성 의지도 담겼다.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통한 규제혁신으로 기업투자 활성화를 제고하고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R&D 및 세제지원 확대, 전문인력 양성 확대, 부품 기업 등의 업종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해 규제혁신 및 재정지원 등 유니콘 기업 탄생 촉진으로 세계 3대 유니콘 강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서비스 혁신 및 민간사업 활성화 제도 도입과 지원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를 위해 개인 의료데이터 및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관리할 ‘디지털 헬스케어 주상담의’ 제도를 도입, 도서 산간 지역 및 소외계층 대상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확대를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원격 비대면 진료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며 "집권하면 우리 국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당선인은 "앞으로 비대면 진료 시술이 의료 전반적인 분야에서 행해질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진보를 충분히 이뤄냈다"면서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기존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비대면 진료를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와 각종 의사단체가 윤 당선인의 큰 지지자였던 만큼 해당 공약이 현실화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윤 당선인은 고가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등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 등재과정을 단축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평가를 진행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 심평원 후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을 병행해 등재일수 대폭 단축하는 방안이다.

더불어 신속 등재된 의약품에 대해 위험분담제도를 활용해 약가 협상 및 환자와 보험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약바이오 업계가 꾸준히 정부에 요구해온 사항들이 이번 정부를 통해 현실화될지 기대된다"며 "윤 당선인이 그간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한 만큼 주목할만한 정책들이 나올지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 확충 ‘無’, 의료 공공성 후퇴 우려…‘공허한 공약’ 비판 존재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되면 의료 공공성은 후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당선인이 그간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어떠한 약속이 없으며, 시장의료를 더 확대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세웠다는 점을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당선인은 민간병원 병상을 더 늘리고 민간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확인했듯, 민간병원으로는 재난대응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의료 불균형과 부족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민간병원에 위탁하겠다고 한 공약에 대해 취약계층 진료기능을 약화시키는 등 의료 공공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윤 당선인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한국형 상병수당, 주치의제 도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 일부 개혁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영리병원 찬성 및 원격의료 확대 공약 등을 통해 의료영리화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공공 의료에 악영향이 가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당선인은 영리병원에 사실상 찬성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네거티브 규제완화를 약속했다"며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이 영리병원을 허용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라는 점이 당선인의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윤 당선인이 내세운 다수의 공약들이 현정권이 지향했던 점과 유사하며, 현실적이기 보다 겉으로만 좋아보이는 공약들을 나열한 것 같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공약들을 살펴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이 진부하고 이재명 후보 공약과 유사한 점을 봤을 때 그저 국내 현안을 자신이 이루겠다는 말과 부족한걸 강화하겠다는 뜻만 담겨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고도화되고 복잡해진 제약바이오 업계와 의료계 현안을 단순히 좋아보이는 말로만 해결하려는 듯 보여 공허하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