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색깔에 맞춰 냉장고 외관 색깔을 바꾸고, 붉게 물든 석양 분위기에 맞춰 냉장고가 배경음으로 잔잔한 ASMR을 재생한다. LG전자는 단순한 기기 간 연결을 넘어 LG씽큐 앱을 통한 가전 설정, 업그레이드로 효율을 높인 생활가전으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편다.

류재철 LG전자 H&A 사업본부장은 IFA 2022 개막 하루 전인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취재차 현장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LG전자가 전면에 내세운 업가전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류 본부장은 "지금까지 가전을 단순 연결하고 제어해 왔는데, 이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본적으로 가전제품 본연의 기능을 고객에게 더 가치있게 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한 끝에 LG씽큐를 허브로 한 업가전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은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 가전 전제품의 업가전화에 대해 설명했다. / LG전자
류재철 LG전자 H&A 본부장은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 가전 전제품의 업가전화에 대해 설명했다. / LG전자
LG전자는 간담회 시작 전 IFA 2022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먼저 공개했다. LG씽큐앱에서 터치를 하면, 냉장고 겉의 색깔이 바뀌고 배경음이 흘러나오는 등 ‘무드를 만드는 냉장고’로 변신한다.

파리의 야외테라스 카페에 앉아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는 테마, 새벽녘 하늘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와 바람소리 등 분위기에 맞는 냉장고 디자인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상단에 블루투스 스피커가 내장돼 69개 음원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하지만 24시간 냉장고가 발광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에너지 효율 문제가 클 것이라는 우려와, 밤 시간대 눈부심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류 본부장은 "개발과정에서도 같은 얘기들이 나와서 고민이 많았다"며 "고객이 야간에 냉장고 문을 열러 들어왔을때 위 도어는 켜지지 않고 밑 도어는 눈부심을 방지하는 최소전력 조도로 동작되도록 감안해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에너지 관련 이슈로 고효율 제품을 고객들이 좀 더 많이찾고 시장에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무드업에 들어가 있는 광원 전체 에너지 전기소요량은 50와트(W) 수준으로 TV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고 전했다.

LG씽큐 앱으로 무드업 냉장고를 조작하는 모습 / 이인애 기자
LG씽큐 앱으로 무드업 냉장고를 조작하는 모습 / 이인애 기자
빛에 의한 지속적인 발열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는 지적에는 "기본적으로 발열량이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류 본부장은 "발생된 열을 밖으로 충분히 내보내는 구조와 냉장, 냉동실과 단열을 시키기 위한 구조가 특별하게 보완이 됐다"며 "특허나 그런 부분들에 충분히 반영돼 있고, 개발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고 밝혔다.

IFA 2022 전시장에 최초로 공개된 신발 관리 가전 ‘스타일러 슈케이스’와 ‘슈케어’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LG전자는 2008년 유사한 기능의 신발 관리 가전을 내놓았던 적이 있지만 당시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그럼에도 다시 관련 제품을 내놓은 데 대한 설명이다.

류 본부장은 "2008년 세탁기 밑에 신발관리기능을 탑재했었고, 당시에는 바람을 불어 건조시키는 방식을 사용했었다"며 "그런데 근본적으로 신발을 관리해 준다는 것은 습기제거도 있지만 냄새제거 신경을 많이 써야 해 신제품의 차별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주된 내용은 ‘업가전’과 관련한 설명이었다. LG 업가전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구모델을 새제품처럼 쓸 수 있는 가전을 뜻한다. LG전자는 추후 모든 가전을 고객이 원하는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류재철 본부장은 "등산을 좋아하는 고객은 등산복을 세탁할 수 있는 코스를, 홈트레이닝을 즐기는 고객은 트레이닝복을 잘 세탁하는 코스를 원한다"며 "지금까지는 전체 기능 중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제품에 주로 탑재했는데, 앞으로는 나머지 고객을 케어하는 업가전으로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가전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맞춰져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