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행위와 승인 지연 등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신풍제약과 일동제약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각에서는 몇년간 투자해온 성과의 결실을 맺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긍정적 의미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주가 상승을 위한 임시방편일 수 있다는 경고도 흘러나온다.

신풍제약 본사(왼쪽)와 일동제약 본사 전경 / 각 사 제공
신풍제약 본사(왼쪽)와 일동제약 본사 전경 / 각 사 제공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검찰조사로 휘청이고 있는 신풍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풍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정의 임상3상 시험을 폴란드에서도 승인 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정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진행 중으로, 임상시험은 국내를 비롯해 영국, 폴란드,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유럽과 남미를 포함한 6개국에서 진행한다.

이 가운데 폴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은 모두 승인이 완료된 상태였으며, 이번에 폴란드에서도 임상시험을 승인받음에 따라 임상시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해당 임상은 경증-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피라맥스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증하기 위한 것으로, 1420명의 시험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까지 신풍제약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풍제약은 현재 납품업체와 거래내역 조작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 15일 신풍제약 본사 및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의약품 원료사와 허위로 거래하고, 원료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규모는 250억원이라는 의혹이 나왔지만 경찰 수사 결과 57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사 일부 의약품 판매 유도를 위해 의료인들에게 현금 3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식약처는 해당 품목에 판매업무 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104억원을 기록, 매출성장률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56%에 그치는 등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초기 팬데믹 기간동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상황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하지만, 신풍제약은 회생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요 공여 기관인 PMI와 피라맥스 14만7030박스를 공급, 36억원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피라맥스는 기존 말라리아 의약품으로 이미 입증된 제품으로, 신풍제약은 피라맥스를 통해 다각도의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듯 하다"며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코로나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치료제에 도전 중인 일동제약도 숨 고르기를 마치고 전력질주를 준비 중이다. 최근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S-217622’의 임상 2·3상 시험계획의 변경을 신청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주 감염의 특성 등 최근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반영한 임상 프로토콜로 변경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동제약은 작년 11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S-217622에 대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내 임상 등 개발 활동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일본 보건당국이 S-217622의 긴급사용승인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판단을 보류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시 시오노기 측은 "미각·후각 상실 등 일부 증상의 경우 오미크론 확진자에선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선 자체를 입증하기 어려웠다"며 "오미크론 감염에 특징적인 5가지 호흡기 증상·발열은 사후 해석했더니 점수가 개선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핑안시오노기홍콩과 S-217622의 한국 내 허가 추진 계약을 체결, 국내 교섭 권리를 확보하는 등 독자노선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회사 측은 "해당 계약에 S-217622의 국내 생산에 필요한 기술 이전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향후 상업화와 관련한 사항을 구체화하는 2차 계약을 추가로 체결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희망도 들려왔다. 시오노기제약은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에서 1821명의 경증 및 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3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는 등 조코바의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시오노기제약에 따르면 S-217622를 투여할 경우 코로나19 증상이 해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4시간 단축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증상이 사라지는 시간은 S-217622 투여군에서 167.9시간, 위약 투여군에서 192.2시간이었다.

다만, 이들의 도전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제약바이오 업계 내 임상 재개 소식은 주가 상승을 위한 기폭제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 분석가들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같은 행동은 성공·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임상시험을 지속한다는 신호를 줘 시장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폭락했던 시장분위기에 반전을 노리는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풍과 일동제약이 다각도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국산 코로나 치료제 등장은 항상 설래는 소식이지만 떨어진 주가를 올리기 위한 기업 전략의 일부일 수 있어 투자자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