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민영화를 추진했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21년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14년 전인 2008년 대우조선을 품으려 했지만 실패했던 한화가 다시 대우조선 인수전에 나선 것이다.

2008년 당시 한화 뿐만 아니라, 두산그룹, 포스코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했다. 경쟁을 통해 최종인수대상자로 선정된 한화는 약 6조원을 들여 대우조선을 인수하려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한화는 인수대금을 분할납부해 대우조선을 인수하려 했지만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하며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승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하게된 한화와 대우조선을 향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형 록히드마틴'이 탄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방산 뿐만 아니라 상선,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화가 대우조선을 끌어안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한화로 매각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동종사 매각반대 ▲해외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투기자본 참여 반대 ▲당사자(노조) 참여 보장 등 ‘5대 방침’을 내세워 매각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현대중공업그룹 인수전 당시에는 동종사 매각 반대를 앞세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업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구조조정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동종업계도, 해외매각도, 분리매각도 아니고 투기자본도 참여하지 않았다. 노조가 내세운 5대 방침 중 당사자 참여 보장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속매각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데 이 같은 명분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특히 노조는 진정성 확인이라는 명분 하에 총고용 약속 및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손배소) 및 가압류 포기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한화 재벌로의 매각이라는 현실 앞에서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는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정문을 막았던 투쟁의 의지와 각오를 되살린다"고 밝혔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4년전처럼 매각을 방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8년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노조의 방해로 정밀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바 있다.

대우조선 매각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한화가 최종인수자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인수 시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손배소 및 가압류 포기 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노조의 한화로 매각 반대 이유가 손배소 및 가압류 포기 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이 8월 하청노조 집행부에 책임을 묻겠다며 47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도크 무단점거, 막대한 피해 등으로 법적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은 심각한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막대한 혈세투입으로 방만경영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로의 매각은 졸속, 특혜 매각이 아닌 최선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동사자 참여보장, 손배소 및 가압류 철회 등 본인들을 위한 요구만을 내세우며 매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몽니'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대우조선 노조는 회사의 현실을 인지하고 조속한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명분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반대는 노조와 회사를 공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