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삼성생명에 깜짝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를 방문한 것은 2015년 11월 삼성증권을 방문한 후 7년만의 일이다. 삼성생명은 삼성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다음 스텝인 회장 승진과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특히 이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특별 지도를 소개하는 등 미래 경영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재용 부회장이 28일 임원회의실 벽면에 있는 특별 제작 지도를 삼성생명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모습. / 독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이 28일 임원회의실 벽면에 있는 특별 제작 지도를 삼성생명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모습. / 독자 제공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9월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에 있는 삼성생명을 방문했다. 이후 같은 건물에 있는 본인 집무실에서 30대 지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젊은 지점장으로서 겪는 고충과 앞으로의 목표, 현장 에피소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지점장들에게 집무실 투어를 ‘깜짝’ 제안하며 집무실에 놓인 가족사진과 파트너사로부터 받은 기념품 등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원회의실 한쪽 벽면에 걸린 한국이 중심에 있는 특별 제작 지도를 직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며 "전 세계 사업장 위치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시해 뒀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이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의 젊은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마련됐다. 이 부회장의 일정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직원들과의 소통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오랜만의 방문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1월 삼성증권 방문을 마지막으로 금융 계열사와 왕래가 없었다.

이 부회장은 9월 26일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식사를 하고 경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 계열사 고위 경영진들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것은 2020년 6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노사관계 특강 이후 2년 만이다. 이 부회장과 금융 계열사의 접촉이 최근들어 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소통 행보를 놓고 이 부회장의 연내 승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삼성전자 위주에서 건설과 금융 계열사까지 아우르는 그룹 총수로서의 위상 제고라는 해석이다.

10년째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유력한 승진 시기로는 이건희 회장 2주기인 10월 25일과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이병철 선대회장 35주기인 11월 19일 등이 꼽힌다. 회장 승진은 삼성전자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가능하다.

지배구조 개편 측면에서도 삼성생명은 그룹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중요성이 크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의 총 자산 규모는 500조원에 달하며,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중심에 있다. 삼성 지배구조는 오너일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 기타 계열사 순이다. 현재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제출 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들은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계열사를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