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C 시장에는 아마존 같은 강자가 없다. 네이버가 이 시장 1위 사업자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 진입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포쉬마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커머스를 정립하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포쉬마크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다. / 네이버 기자간담회 갈무리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포쉬마크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다. / 네이버 기자간담회 갈무리
"MZ세대 열광하는 C2C 시장…네이버에 큰 기회"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4일 오후 포쉬마크 인수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이 같이 밝혔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 북미 패션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조3441억원을 들인 이번 인수는 국내 인터넷 역사상 최대 규모다.

포쉬마크는 북미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으로 꼽힌다. 등록 이용자 수는 8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80%가 MZ세대다. 활성 구매자는 800만명, 활성 판매자는 4500만명이다.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인수한 것은 C2C 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엿봤기 때문이다. 최근 C2C 커머스 시장은 라이브커머스와 커뮤니티 서비스가 결합하면서 MZ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전에도 C2C 시장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포쉬마크(북미)를 거점으로 크림(국내), 빈티지시티(일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유럽)를 잇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최수연 대표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에 C2C 커머스가 인기가 끌 것이라 판단했다"며 "아마존같은 강자가 없는 C2C 시장은 네이버에 큰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김남선 CFO가 포쉬마크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다. / 네이버 기자간담회 갈무리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김남선 CFO가 포쉬마크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다. / 네이버 기자간담회 갈무리
비슷한 이용자 타깃 서비스 연계 추진

특히 네이버는 포쉬마크와 기술 및 서비스 연계를 추진한다. 네이버가 보유한 검색 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추천과 비전 기술, 라이브 커머스, 커뮤니티 플랫폼, 광고플랫폼 등을 활용해 포쉬마크의 사용자에게 보다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최수연 대표는 "양사는 성장 핵심 요인으로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형성에 주목했다"며 "차세대 시장의 핵심층인 MZ 세대의 가치관과 소비 방식에 깊은 이해와 아낌없는 기술 투자 등 상호 유사한 사업 비전을 기반으로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 전격 동의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웹툰), 왓패드(웹소설), 위버스(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제페토(메타버스 플랫폼) 등 서비스 이용자가 포쉬마크 이용자층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수연 대표는 "포쉬마크는 상품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를 팔로우하고 판매자의 관심사나 옷장 공개를 보는 것이 더 주된 기능이다"라며 "인당 체류시간이 매일 25분 이상으로 거의 웹툰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와 포쉬마크는 이용자군이 비슷해 마케팅 이벤트나 채널을 효율화할 수 있다"며 "라이브 커머스에 인플루언서를 초대할 때 웹툰에서 유명한 사람을 초대하거나 위버스 커머스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고 이벤트를 제페토 메타버스에서 개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쉬마크. / 네이버
포쉬마크. / 네이버
2.3조원 빅딜…네이버 기술 결합으로 신규 비즈니스 창출

다만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에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4일 네이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79% 하락한 17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포쉬마크가 아직 적자기업이라는 점에서 네이버에 위험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포쉬마크는 올해 2분기 2300만달러(328억원)쯤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네이버는 오히려 좋은 가격에 좋은 기업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포쉬마크는 C2C임에도 2020년과 2021년에 영업이익 흑자를 낸 경험이 있다"며 "포쉬마크는 이미 상당한 저력을 보여주었고 사업 모델도 견고한데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면 다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포쉬마크 경쟁사인 디팝이라는 회사는 포쉬마크 매출의 5분의 1정도에도 불구하고 인수가격이 포쉬마크보다 몇 배 더 비쌌다"며 "그런 면에서 포쉬마크 인수 가격은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흑자전환도 자신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 미국 상장 유지 관련 비용 등의 효율화와 네이버 기술·서비스 연계로 연간 3000만달러(427억원)쯤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CFO는 "3000만달러의 연간 시너지는 전부 다 비용절감효과에 불과하다"며 "커머스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포쉬마크는 이용자 특성과 사업모델이 견고해 네이버가 성장을 돕는다면 반기 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