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로 제조업과 IT업계 모두 하반기 실적 쇼크를 우려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배터리 소재 상승분이 배터리 판매 단가에 반영됐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판매량이 증가한 덕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도 있다.

6일 증권가 전망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 유력하다. 배터리 리콜 여파로 적자를 낸 2021년 3분기 대비 흑자전환이며, 올해 2분기(1956억원) 대비로는 100% 이상 급증한 실적이다. 매출액도 6조 5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최윤호 삼성SDI 사장 / 각사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최윤호 삼성SDI 사장 / 각사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했던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향 공급 물량이 안정적으로 늘어났고, 폭스바겐 등 유럽 고객사들의 자동차 생산 가동률 상승으로 중대형 전지 매출액도 전 분기 대비 38.9% 증가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전략이 유효했다"며 "북미 지역 생산거점의 선제적 확보와 그룹 차원의 소재 내재화 및 조달계획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삼성SDI는 중대형전지 매출 증가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사 실적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넘겨 2021년 동기(3735억원) 대비 34%쯤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4290억원) 대비로도 16%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3분기 매출액도 5조 38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가의 예상대로라면 분기 최대 실적이 가능하다.

권성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전지는 예상 대비 좋고, 전자재료는 예상 대비 부진하다"며 "3분기 중대형 전지매출이 15% 이상 증가하고, 수익성도 나아지는 모습이다"라고 강조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물량이 회복되고, 차세대 배터리 젠(Gen)5 비중이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 판매가격 인상 효과와 환율 상승까지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 모습(왼쪽)과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 각사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 모습(왼쪽)과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 각사
SK온은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보인다. 4분기 흑자전환 목표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유안타증권은 SK온의 3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393억원으로 2분기(3266억원) 대비 88%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4분기부터는 영업이익 294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파우치 배터리 가격 스프레드(마진)가 개선되고, 헝가리 신공장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문제도 해소되고 있다"며 "미국 조지아 신규공장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배터리 흑자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가 배터리 3사의 향후 실적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IRA에 따라 2022년 말까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보조금 효과)를 제공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는 북미 지역에서 채굴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핵심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호주 등지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