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화질을 저하시켰다. 네트워크 비용 부담 증가가 이유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핑계라고 지적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네트워크 비용을 내는 트위치는 아마존 자회사이기 때문에 비용을 할인받기 때문이다. 업계는 트위치가 스트리머와 방송 시청자를 볼모로 망 사용료 법(무임승차방지법) 통과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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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화질 저하 조치를 시행한 트위치의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트위치의 조치가 전기통신사업법 상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또 이용자 피해 발생 여부도 확인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지, 또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위치는 앞서 9월 28일 최대 화질을 1080p(풀HD)에서 720p(HD)로 제한한다고 공지한 후 이틀만인 30일 이를 시행했다. 해당지역은 한국뿐이다. 트위치는 네트워크 요금과 기타 비용이 늘어난 것이 화질 제한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트위치가 망 사용료 등 네트워크 요금을 국내 통신사업자(ISP)에 직접 내지 않는 점이다. 트위치는 AWS에 네트워크 요금을 낸다.

윤영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트위치는 아마존 자회사여서 아마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이용해 통신사와 계약한다"며 "가격은 굉장히 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위치는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라며 "화질을 낮춰 이용자에 손해를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 유발 비중. / 액슨(AXON) 보고서 갈무리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 유발 비중. / 액슨(AXON) 보고서 갈무리
아마존 대신 총대 맸나

망 사용료가 부담됐다면 트위치는 AWS와 협상을 해야 한다. 국내 ISP와 협상해야 할 곳은 AWS다. 스페인 투자자문회사 액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넷플릭스·애플·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 6개사의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 비중이 56%에 달한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콘텐츠·플랫폼 기업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같은 이유에서 매년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대형 부가통신사업자 중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지는 사업자를 선정한다. 선정기준은 직전년도 3개월(10~12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트래픽 발생량이 국내 총 트래픽 소통량 1% 이상인 사업자다. 올해는 구글(27.1%), 넷플릭스(7.2%), 메타(3.5%), 네이버(2.1%), 카카오(1.2%) 등 5개 기업이 선정됐다. 트위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트위치의 화질 제한이 망 사용료 의무화법을 저지하려는 시도로 보이는 이유다. 특히 AWS는 기업 간 거래(B2B)를 주로 하기에 우리나라 국민을 인질 삼아 직접 여론전을 펼치기 어렵다. 트위치는 모회사 아마존을 위해 우회적으로 망 사용료 법 저지에 나선 셈이다.

크리에이터·이용자 볼모로 잡은 유튜브 따라하기

트위치의 방식은 구글과 유튜브가 망 사용료 법 저지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여론전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유튜브도 생태계를 인질 삼았다. 유튜브는 망 사용료 법이 통과하면 사업 방식을 변경하겠다며 유튜버(창작자)를 압박했다. 유튜브는 또 유튜버들에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9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콘텐츠 제공 업체의 콘텐츠에 추가로 요금을 부과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유튜브는 한국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에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기회를 저해할 수도 있어 안타깝다"며 "추가 비용은 국내 유튜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윤영찬 의원은 이에 대해 "국내에서 망 사용료 관련 논의를 시작하니까 유튜브가 SNS에 온라인 광고 넣고, 지하철 역사 오프라인 광고를 하는 등 입법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유튜브는 지배적 권한을 이용해 크리에이터를 볼모로 잡고 여론을 이용해 국회를 협박하는 사실상 국회 사상 초유의 정치 공작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이용해 국회 정책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다"라며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망 사용료와 관련된 입법 논의를 저지하기 위해,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