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주가 지난 주말 발생한 대규모 먹통 사태에 발목을 잡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이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하면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 여파로 17일 코스피 개장 직후 카카오 주가가 아래로 흐르고 있다. IT조선
카카오 먹통 사태 여파로 17일 코스피 개장 직후 카카오 주가가 아래로 흐르고 있다. IT조선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후 카카오 그룹주(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는 일제히 급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30분 현재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8.5% 하락한 4만70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7.7%, 카카오페이는 8.7%, 카카오게임즈는 6.5% 하락한 상태다.

이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여파로 카카오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냉각된 결과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 이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카카오톡 등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내비, 카카오T 앱에서도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카카오는 16일 오후 주요 서비스가 복구됐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카카오 그룹주는 이번 화재가 대형 악재가 될 거란 진단이다. 지난 주 신저가 기록 후 14일 소폭 반등했지만, 이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전 거래일 대비 5.1% 하락한 4만73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올해 초 51조원에 달하던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21조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날 카카오뱅크도 6.8% 떨어진 1만655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도 각각 5%, 5.8% 하락하면서 3만4400원, 3만4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저가 기록 후 14일 반짝 반등에 성공했다.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8.7% 올랐고 카카오뱅크는 5.7%, 카카오페이는 4.9%, 카카오게임즈는 9.4% 상승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2% 오른 것이 국내 성장주의 대표주자인 카카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쪼개기 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증시 입성이 보류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 악재에 반등의 흐름이 끊어졌다. 시장에서는 발빠르게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의 피해규모를 셈하며 투자심리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공동체의 주요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함에 따라 광고, 이커머스, 콘텐츠 등 카카오가 영위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서 총체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4분기 카카오의 예상 매출액을 일할 계산해 단순 피해 규모를 추산하면 약 22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카카오는 화재 이후 경영진과 각 부문 책임자들로 구성된 대응 컨트롤타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출범하고 피해 보상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보상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카카오 기업가치에는 ▲서비스 관련 직접적인 보상 비용 발생 ▲카카오 브랜드 가치 훼손 ▲성장동력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 등 크게 세 가지의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상반기 카카오는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카카오톡 프로필 영역 개편, 오픈채팅 수익화 등 카카오톡 개편을 통한 톡비즈 매출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 개편 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광고와 커머스 영역에 불필요한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며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기존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카카오가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카카오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로 카카오를 둘러싼 단기 센티먼트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4분기 실적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카카오의 대부분 서비스가 멈췄다는 점에서 카카오 국내 사업의 전체 일매출인 약 150억원 이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단기간에 카카오를 대체할 서비스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복구가 잘 마무리될 경우 다시 한번 리바운드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