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인 4명 중 3명은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어느새 MZ의 트렌드가 된 셈이다. 다만 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시작된 미국과 한국에서의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한 퇴사란 실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뜻한다. 미국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사용이 확산됐다. 그런만큼 미국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 이상의 노동과 열정을 업무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한국은 여기에 조용히 이직할 회사를 찾아보는 것까지 추가된다.

IT조선은 실제 한국의 MZ세대가 조용한 퇴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교한 타깃 설문이 가능한 리멤버 리서치 서비스를 통해 진행했다.

‘조용한 퇴사’ 준비하는 MZ…"인정받지 못해서"

IT조선이 리멤버 리서치 서비스를 통해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국내 20·30대 직장인 253명에게 조용한 퇴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용한 퇴사가 유행하기 전부터 회사에 마음이 떠난 사람은 존재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조용한 퇴사라는 말을 아는 사람 중 조용한 퇴사를 하려는 직장인은 4명 중 3명꼴인 77.42%다.

현재 조용한 퇴사 중인 사람은 17.42%였으며 지금은 하지 않지만 앞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사람은 60%에 달한다. 조용한 퇴사를 고민 중인 사람들의 66.67%는 3년 내 조용한 퇴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1년 안에 조용한 퇴사를 할 것 같다고 답변한 사람은 41.94%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3년 안에 할 것 같다는 사람은 24.73%로 집계됐다. 즉 MZ 세대는 언제든 회사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들의 태도는 강경했다. 승진 누락, 연봉 동결, 업무 배제 등 조용한 퇴사로 인한 불이익을 예상하더라도 감수하고 조용한 퇴사를 하겠다는 사람은 60.83%에 달한다.

조용한 퇴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 때문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이들 중 25.69%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회사에 비전이 없는 것 같지만 당장 옮길 곳이 없어서(20.95%)’, ‘업무 강도가 높아서(16.60%)’,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위한 발판이어서(16.21%)’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조용한 퇴사 결정을 철회하게 하려면 ‘인정’이 필요한 모양새다. MZ 직장인은 만약 조용한 퇴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면 이유가 무엇일지 묻자 25% 이상이 회사 또는 동료에게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이들은 연봉(임금, 성과급)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가치를 회사가 얼마나 인정하는지에 대한 척도로 여긴다. ‘인정’이 꼭 금전적 보상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답변자의 16.8%는 동료 직원 등 주변 관계를 생각해 조용한 퇴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인정도 ‘인정’에 해당하는 셈이다.

"원하는 건 달라도 인정 욕구는 공통"

한국의 조용한 퇴사 방식은 미국과는 사뭇 달랐다. 상대적으로 해고가 쉬운 미국은 ‘맡은 일만 한다’가 주 기조다. 반면 국내 MZ 직장인들은 조용한 퇴사 방식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 50.59%가 이직할 회사를 먼저 찾아본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내 시간을 챙기며 일하거나(39.92%) 정해진 양만큼만 하고 더 하지 않는다(36.36%). 해야만 하는 일만 하면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에 이직할 회사를 찾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조용한 퇴사 현상이 회사 규모나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 조건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들의 재직 회사 규모는 300인 이상 대기업(36.76%),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중견기업(32.41%), 50인 미만 소기업·스타트업(30.83%)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회사에서의 인정, 주변 동료직원들로부터의 인정 등 인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욕구도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용어만 올해 7월에 생겼을 뿐이다. 현재 조용한 퇴사 중이라고 답한 사람의 51.85%는 2021년 및 그 이전에 이미 조용한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에 마음이 떠난 것은 인정 욕구 불충족이 주 원인이기 때문이다.

근로복지넷 등에서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상담을 진행하는 최선애 구로 늘푸른심리상담센터 센터장은 "사람마다 돈을 많이 주는 곳, 직급이 잘 올라가는 곳, 자율성이 높은 곳 등 원하는 직장의 모습은 다르다"며 "하지만 어디서도 자신이 한 만큼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리멤버 리서치 서비스는 400만 현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프로필을 바탕으로 산업·직무·직급·회사·소재지·기업규모 등 원하는 조건의 대상자를 정교하게 타깃팅 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 매칭이 가능하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