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상흔에 맞서는 작은 영웅들…포스코 포항제철소 정상화 열정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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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1.24 11:00
한국의 경제,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가동 이후 최대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 피해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를 넘어 국가적 위기라는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지만 포스코는 ‘작은 영웅들'과 함께 전사적인 역향을 총 집결해 포항제철소 정상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9월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경남 거제시 부근에 상륙해 부산을 거쳐 울산 앞바다 쪽으로 빠져나가 소멸됐다. 힌남노로 인해 경상도 지역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경북 포항시의 경우 전역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예외는 아니였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포항제철소 인근의 냉천이 범람했고 포항제철소를 집어 삼켰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상흔이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동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 포스코
23일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다. 포항제철소 관계자들은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포항제철소 침수피해의 시발점인 냉천에서 포스코 관계자는 "새벽 5시경 냉천 제방 끝까지 물이 찼다"며 "5시30분에 연구소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냉천은 하류로 갈수록 강폭이 좁아진다"며 "힌남노가 뿌린 기록적인 폭우로 냉천 상류에 위치한 저수지인 오호지에서 물이 밀려들어 왔으며 이로인해 하류에서부터 범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냉천 하류에 위치한 냉천교에 흘러내려온 토사, 나무 등이 쌓여 댐 역할을 했다"면서 "만조까지 겹치며 자연스럽게 범람해 제철소를 덮쳤다"고 밝혔다.

범람으로 인해 냉천가 가까운 거리의 1선강, 선재, 스테인리스, 열연공장 등 압연지역은 침수를 피할 수 없었으며 냉천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선강지역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즉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 라인의 지하 칼버트(용광로 통신선, 전선이 지나가는 관로)가 완전 침수되고 지상 1~1.5m까지 물에 잠긴 것이다.

천시열 포스코 공정품질부소장은 "자체적으로 계산해보니 침수피해가 발생한 날 620만톤(t)의 물이 제철소로 들어왔다"며 "지하에 8~15m, 폭 30m의 셀러가 40㎞가 있는데 거기 물이 다 찼으며 지상에도 물이 넘쳤다"고 밝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인근에 위치한 냉천. / 조성우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시열 소장은 포항제철소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을 비롯한 산·질소 등 유틸리티가 정상가동되고 있고 고로와 제강공정도 정상가동 돼 고급강 생산체계가 복원됐다고 설명했다.

또 2·3전강, 1냉연, 1열연, 2후판 공장 등도 정상 운영에 돌입했고 향후 2냉연, 2열연 스테인리스 2 냉연 등도 정상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강시장 수급상황 보면서 최우선 가동 라인을 정해 복구에 집중했다"며 "올 연말까지 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천시열 소장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상가동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빠르게 정상화에 근접한 배경에 대해 ‘작은 영웅들’을 꼽았다. 수해 발생 이후 78일간 100만여명이 복구 작업에 참여했고 현재도 포스코그룹사, 협력사 인원들 일 평균 1만5000명이 복구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명장, 전문엔지니어 등 사내 전문인력들과 국내·외 제작사, 설비 공급사들의 협업을 통해 모터, 전선 등을 빠르게 정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경북, 포항시, 해병대 등 지역사회와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기업의 도움도 컸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모습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비된 도로와 가로수들 사이로 업무에 집중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대형 트럭 등도 업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중 하나인 3고로도 연신 열기를 뿜으며 새빨간 쇳물을 만들고 있었다. 3고로에서 생산되는 쇳물은 분당 3t에 육박했다.

1열연 공장 역시 침수 피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슬라브가 굉음을 내며 압연기를 통과했고 냉각단계에서는 엄청난 수증기가 발생하는 등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복구작업 모습. / 포스코
허춘열 압연부소장은 "1열연공장도 침수 피해를 입었고 대부분 토사가 흘러 들어와 오염도가 심했다"며 "기술력이 축척된 인력들이 있어 한 달만에 정상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2열연 공장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강판, 스테인리스 일부를 1열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춘열 소장은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환생산을 택했다"며 "이를 통해 전환생산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2월 정상가동이 계획돼 있는 2열연공장에서는 침수 피해의 상흔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벽의 색이 달랐다. 물이 차올랐던 1.5m~2m정도는 물때가 끼어있었고 공장입구부터 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열연공장 내부 정리는 어느정도 된 듯 보였으나 장비들에는 흙, 물때 등이 묻어있었다. 또 곳곳에 토사를 퍼나르던 삽 등 장비가 있었으며 질척질척한 보행로에도 물을 흡수하기 위한 종이들이 깔려있었다. 검은색 작업복을 입고 복구작업을 진행하려는 이들도 보였다.

지하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탱크가 부력으로 떠올라 파이프가 변형됐는데 이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침수로 피해를 입은 전선 교체 작업도 진행 중이었는데 교체한 전선의 길이만 1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춘열 소장은 "물을 빼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배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보니 뻘이 30㎝정도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2열연 공장의 경우 가열로 4개 전체가 침수됐다"며 "내화물이 다 손상됐는데 포스코케미칼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공장의 설비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모터 복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는 당초 모터 등 침수설비를 신규로 발주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제작·설치에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직접 복구를 결정했다.

포스코 포항 본사에 걸려있는 현수막. / 조성우 기자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의 주도 하에 최대 170t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등에 대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 47대중 33대를 자체적으로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터 복구작업도 공장 재가동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손 명장은 "사람도, 기술도, 자제도 있다. 정상화를 위한 조건은 다 갖춰졌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안전을 최우선시해 정상화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감전, 질식, 추락, 중장비에 의한 사고 등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해 19가지의 안전 준칙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은 작업자에게는 패널티를 부여하고 있다.

또 생명지킴이를 상시배치하고 전 작업단위에 CCTV를 섪치하는 등 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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