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12월 초(12월 1일 유력)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계열사 임원인사에 나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 21일 ‘2022 CEO 세미나’에서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기업에 부정적인 요인들에 대해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그룹 CEO들에게 연말까지 시나리오별 대비 전략을 수립하라고 당부한 것인데, SK 인사는 그 후 40일쯤 만에 이뤄진다. 최 회장의 주문에 대한 시행 상황에 따라 인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SK가 11월 23일과 24일 계열사별 임원인사를 마친 LG와 마찬가지로 부회장단 등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내년 경영 환경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인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장동현 SK주식회사(이하 SK) 당시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8명의 부회장단을 구성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총수 일가 2명을 빼면 6명은 전문경영인이다.

왼쪽부터 장동현 SK주식회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E&S 부회장 / 각사
왼쪽부터 장동현 SK주식회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E&S 부회장 / 각사
장동현 SK 대표(부회장)와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부회장)는 2017년부터 해당 계열사에 몸을 담았고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터라 유임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동현 부회장이 이끄는 SK는 정체성을 투자전문회사로 확립했다. 다양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실적도 개선됐다. SK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 95% 증가했다. 김준 부회장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년 새 78%, 160% 늘었다.

SK그룹의 ICT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부회장)도 계속해서 신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합병 등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 중이다.

1958년생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019년 대표 퇴임 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고 기술전문가로 SK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직을 맡고 있다.

2013년부터 SKE&S 대표를 맡고 있는 유정준 부회장은 3월 그룹 북미 대외협력 총괄까지 맡으면서 교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룹의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부회장)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서 부회장은 중국에서 현지 파트너 기업과의 시너지 강화, 중국 사업 구조 재편 등의 역할을 지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재선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장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3연임(2017~2018년, 2019~2020년, 2021~2022년)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정기 인사에서 의장에 재선임될 경우 4연임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등 일부 계열사 대표들은 2023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바이오·배터리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차세대 인재 발탁 가능성도 제기된다.

SK는 인사를 마친 뒤 계열사별로 ‘경영시스템 2.0’ 구축과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경영시스템 2.0은 최태원 회장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재무 성과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유무형 자산, 고객 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경영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19일 2022 CEO 세미나 개막 연설에서 "각사별로 이른 시일 안에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보완해 기업가치를 높이자"고 밝힌 바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