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디 올 뉴 그랜저(이하 신형 그랜저)’는 1세대 그랜저, 일명 각그랜저의 헤리티지를 계승함과 동시에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모델로 올해 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손색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신형 그랜저는 성공에 대한 열망을 샘솟게하는 매력을 지녔다.

1986년 첫 선을 보인 ‘그랜저’는 현재까지 출시되고 있는 현대차 대표 장수모델 중 하나다. 특히 오랜기간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위치를 지키고 있는 그랜저는 ‘성공’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모델로 인식되며 사장님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디 올 뉴 그랜저. / 조성우 기자
디 올 뉴 그랜저. / 조성우 기자
다만 최근 들어 제네시스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세단을 선보임에 따라 그랜저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가가 대두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적용해 성공의 이미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첨단 기술을 대거 장착시킴으로서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위상 제고에 힘쓴 모습이다.

8일 경기도 하남에서 만난 신형 그랜저(3.5 GDI 가솔린 모델·캘리그래피 트림)에서 과거의 향수와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조합을 느낄 수 있었다. 각 진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일체형 범퍼 등을 통해 과거 명차의 이미지를 구현함과 동시에 수평형 LED 램프와 DRL과 포지셔닝 램프, 방향지시등 기능 등이 일체형 구조로 만들어져 신구의 디자인 요소가 조화를 이뤄냈다.

측면에서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플러시 도어 핸들을 결합한 수평적 원라인의 사이드 바디가 눈에 띄었으며 후면부의 경우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램프와 함께 볼륨감이 강조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에서도 각그랜저의 디자인 요소와 미래지향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뤘다. 원 스포크 스타일 스티어링 휠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한 디스플레이,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컨트롤러가 하이테크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또 스티어링 휠로 이동한 컬럼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 운전자의 차량 조작 및 음성인식과 연계 작동하는 4개의 LED 조명, 지문 인증 시스템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웅장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사양이 제공됐다. 신형 그랜저는 이전 모델 대비 45㎜ 길어진 전장, 10㎜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넓은 실내공간을 구현을 했다. 특히 뒷자석 리클라이너 기능을 통해 사장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디 올 뉴 그랜저 실내. / 조성우 기자
디 올 뉴 그랜저 실내. / 조성우 기자
신형 그랜저를 타고 50㎞ 주행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음이었다. 풍절음,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소음 등 외부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 마치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컴포트 모드로 대부분을 주행했는데 묵직한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f·m 등을 바탕으로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했다. 순간적인 가속 역시 부족하지 않았으며 안정적인 코너링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했을 때 가속페달과 스티어링휠이 예민해지며 뛰어난 가속력을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보조장치도 눈에 띄었다. 헤드업디스플레는 도로상황을 간결하게 보여줬으며 차선변겅 시 옆 차량과 거리가 가까울 경우 스티어링휠에 진동이 오기도 했다. 규정속도보다 높게 주행할 경우 네비게이션 뿐만 아니라 대화면 클러스터 옆에 빨간 불이 왔다.

가격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기는 하지만 명차의 추억과 최첨단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 플래그십 세단을 3000만원대 후반부터 만나볼 수 있다면 가성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