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 대표 업종인 반도체와 배터리가 업황의 차이로 성과급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성과급은 영업이익 규모와 손익 여부에 따라 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예년 대비 반도체 업계는 웃지 못하고 배터리 업계는 활짝 웃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직전보다 아쉬운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2년 하반기 반도체(DS) 부문의 목표달성 장려금(TAI)을 기본급의 50%로 정했다. 이는 상반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하반기 반도체 한파에 따른 실적 악화 영향이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다.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지급된다.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TAI 지급률이 100%면 7월과 12월에 두 배의 급여를 받는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DS부문에 2023년 초 별도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전년과 비슷한 47~50% 수준으로 예고했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 성과급 제도로 가장 금액이 크다. 각 사업부별로 연간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결산실적이 나오는 매년 1월 말에 지급해왔는데, 각 사업부에 공지된 OPI 지급 기준에는 2022년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지급 규모를 1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생산라인 모습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생산라인 모습 / SK하이닉스
하반기 내내 가파른 우하향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 적자가 1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2022년 초 기본급 기준 1000%를 지급한 초과이익분배금(PS)이 2023년에는 70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또 ‘다운턴(하강국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대책을 마련하고, 임원 예산까지 50% 줄이는 등 비용 절감 노력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대신 초과이익분배금을 자사주로 받는 옵션을 새로 만들고 자사주를 1년 갖고 있으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더 주기로 했다. 시황이 좋지 않은 만큼 구성원이 주주가 돼 불황을 극복하고 시장이 회복했을 때 성과를 나누자는 취지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반면 전기차 배터리 세계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성과급 최대 기록을 새로 쓸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에만 매출 목표를 두번 상향했다. 2022년 2분기 실적발표 당시 매출 목표를 19조원에서 22조원으로 높였고, 3분기 발표에서도 22조원을 다시 25조원으로 올려잡았다.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 누적으로 9763억원을 달성하며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인 7685억원을 이미 돌파했다. 4분기까지 합한 2022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두배에 달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50%를 임직원들에게 지난해 지급했다. 외형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만큼 2022년 성과급은 더 넉넉한 규모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매출 20조원과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 유력한 삼성SDI도 임직원들이 직전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 직원들은 2022년 초에 최고 45%의 OPI를 지급받은 바 있다. SK온은 연간 손익분기점 달성을 2023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