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가 상환할 고파이 예치 금액이 최대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낸스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지 못하면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FTX 붕괴 여파로 제네시스가 고파이 예치 자금을 돌려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고팍스는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상환 규모는 바이낸스와 지분 매각 협상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지급 불능일 기준이 아닌, 실제 상환일의 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환 규모는 달라진다. 가상자산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이다. 지연이자를 지급할 지 여부도 상환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모든 변수를 감안, 최저 추정치를 500억원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1월 6일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상환 추정 규모는 529억원으로 줄어든다. 고정형 상품의 원금·이자는 329억원으로 추정된다. 고팍스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변동폭이 크지 않아 지난해 11월 23일 대비 상환 규모는 2.6%인 9억원 감소하는 데 그친 영향이다.
자유형 상품의 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평균적으로 23% 하락했다. 이를 대입하면 자유형 상품의 상환규모는 200억원으로 줄어든다. 고정형과 자유형 상품을 모두 합하면 총 상환규모는 529억원이 도출된다.
지난해 11월 FTX 붕괴 여파로 고파이 운용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Genesis Global Capital, LLC)이 상환을 중단하면서 고파이 예치금도 지급 불능에 빠졌다. 제네시스는 가상자산 대출 기업으로 FTX가 유동성 부족으로 출금을 중단하면서 약 1억7500만달러(약 2231억원)의 자금이 동결됐다.
제네시스는 자금 상환을 수 차례 약속했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8월 전체 인력의 20%를 줄인데 이어 최근 50%를 추가 감원했다. 제네시스는 채권단의 자금 상환 압박이 커지면서 파산보호 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파이 상환 자금 지원을 전제로 고팍스 지분 인수를 논의 중이다. 인수 규모는 고파이 총 상환 자금 수준이거나 이를 상회할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이준행 대표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준행 대표가 보유한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율은 41.2%다.
지난해 고팍스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이 대표의 지분율이 희석돼 4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가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바이낸스 내부에서 고팍스 인수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칫 고파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금 지원이라는 명분이 퇴색되고,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우려가 국내로 번질 경우 불필요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어서다.
만약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 인수 협상이 불발될 경우, 제네시스가 정상화되거나 다른 지원군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고파이 투자자 피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파이 예치 상환 규모와 유동성 공급 협상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현재 자금 상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고팍스 인수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 본사와 논의하는 과정이 남아있다"면서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면 1~2주 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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