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넉넉한 수주 잔고와 고부가가치선 선별 수주를 바탕으로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다만 최근 선박 건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올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 한국조선해양
조선 빅3는 넉넉한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주 목표의 137.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목표 대비 각각 107%, 117%를 달성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들이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보수적으로 설정했지만 고부가가치선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 교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LNG운반선 등 경쟁력 있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상반기 중 카타르 프로젝트 관련 발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로 157억4000만달러(19조3790억원)를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9.8% 적은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수주 목표로 95억달러(11조6964억원)를 제시했는데 지난해에 비해 8% 높은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69억8000만달러(8조5986억)를 올해 수주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수주 목표 목표보다 22.6% 적은 목표치다.

선별수주에 나서는 조선업계가 연초부터 수주 낭보를 전하며 올해 턴어라운드를 향한 여정에 본격적을 닻을 올렸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총 12척, 17억 달러(2조932억원)을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인 10.8%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PC(석유화학제품운반선) 5척, LNG운반선 5척, 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해양생산설비 1기를 수주하며 올해 수주 목표를 채워가고 있다. 계약금액은 1조9611억원으로 2021년 매출액 대비 29.6% 규모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아진 철광석 가격이 조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높아지면 상반기 후반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FE 62%) 가격은 26일 기준 톤(t)당 127달러를 기록하며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일컫는데 주로 선박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후판 가격 협상은 1년에 상반기, 하반기 총 2번 진행된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의 경우 철광석 가격 등 원자재 값 인하를 반영해 후판가격이 t당 10만원 가량 인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8월 출항한 RUBY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8월 출항한 RUBY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 삼성중공업
하지만 올 상반기의 경우 철광석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에 후판 가격이 다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조선업계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값 가격 인상 및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에서 따르면 LNG선의 경우는 7%, 컨테이너선은 16%, 벌크선과 유조선은 20~25% 가량이 후판 가격의 비중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며 "후판은 선박 건조 원자재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의 영업이익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