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실적 악화에도 반도체 업계 임직원들이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2022년 3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으면서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상반기 호황만으로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해 최고 수준인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받았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받았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특이점이 있다. 하반기에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반기 성과급이 산정된 점이다.

1일 오후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에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1일 오후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에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일 사내에 2022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준급의 820%로 결정해 3일 전 구성원에게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기준급 820%는 연봉의 41%쯤이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상·하반기에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지급하는 생산성 격려금(PI)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하지만 반기 실적을 토대로 산정하는 PI의 경우 이미 지급을 완료했는데, 최근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증권가 전망보다 더 불어난 1조7012억원을 기록하면서 하반기 영업실적이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1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PI를 최대 비율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하반기 PI 지급 조건으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집계되면‘이라는 조건을 걸었기에 2022년 4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3분기 영업이익인 1조6556억원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2022년 하반기는 456억원 적자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SK하이닉스 사측이 임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적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급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한다.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다시 뺏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엔 손실이 확대돼 사실상 PI 지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임직원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PI는 반기별로 생산량 목표 달성 여부로 결정하며, 당사는 2022년 생산량 목표 초과 달성에 따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 상여금을 위해 자사주 49만5472주를 처분한다고 1일 공시했다. 처분예정금액은 449억3931만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PS의 최대 50%를 자사주로 선택하는 옵션을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등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은 자사주 1년 보유 시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