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가 유독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아니어도 스타트업은 힘들다. 국내 5년차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2020년 기준 29.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생존율 41.7%보다 낮다. 지바이크도 창업 1년차에 생존 위기를 맞이했다. 그 위기는 윤종수 대표의 집념으로 넘겼다.

공유 모빌리티 기업 지바이크는 2018년 1월 공유 자전거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중단 위기를 겪었다. 계절이 문제였다. 페달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더니 여름에는 너무 덥고 비라도 내리면 사용량이 대폭 줄었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너무 춥거나 눈이 오면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결국 폐업 이야기가 나왔다. 지바이크에 초기 투자를 진행한 벤처캐피털(VC)도 사업 중단을 권유할 정도였다.

지바이크 공동 창업자이자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윤 대표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근거리 이동 수단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는 자전거, 키보드, 전동휠 등이 꼽힌다. 이를 ‘마이크로 모빌리티’나 ‘퍼스널 모빌리티(PM)’이라고 부른다. 그는 PM이 편리한 차세대 주 이동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결국 그는 주주들을 설득해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이후 지바이크의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지쿠터’ 출시를 주도했다. 지쿠터는 2019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쿠터가 흥행하며 지바이크는 아시아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매출 1위에 올랐다. 윤 대표가 폐업 위기를 새옹지마(塞翁之馬)로 보고 확신과 집념을 통해 극복한 셈이다.

윤종수 지바이크 대표. / 지바이크
윤종수 지바이크 대표. / 지바이크
데이터 통해 PM 성장 확신

윤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많은 역경을 넘어야 했다. 그는 2017년 8월 지바이크를 공동 설립하면서 공유 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서울시 ‘따릉이’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강력한 경쟁 상대 때문이다.

그는 "자전거 300대를 운영하는데 매출이 하루 2000~3000원 나와 밥값도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CTO를 맡으면서 관련 데이터를 계속 살펴보니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전동킥보드 200여대를 수입해 오기로 한 시기여서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가 된 2019년 2월 직원 3명쯤과 함께 지쿠터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지바이크는 법인통장에 45만원쯤만 남아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첫 서비스는 서울시 마포구였다. 따릉이 사용량이 가장 많은 지역인 신촌·마포를 선택했다. 마포가 PM 수요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쿠터 초창기에는 킥보드 배터리가 일체형이어서 전부 수거하고 지하창고에서 충전해 다시 갖다 놔야 했다"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킥보드 수십대를 엘리베이터도 없는 지하창고로 직접 나르며 충전하는 사이에 앱 버그를 수정하고 필요한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지냈다"고 설명했다.

지바이크는 마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 여름이 되자 직원 급여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익을 났다. 서비스 지역도 2020년 30개 지역으로 넓혔다. 윤 대표는 지쿠터의 수도권 점유율 확대보다 지방 진출을 우선했다.

그는 "주변으로부터 마포에 집중하지 지방에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왜 거길 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 특성을 살려 군산에서 지쿠터 시범 테스트를 해본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수도권에 집중하는 다른 PM 기업이나 VC 모르게 조용히 전국으로 빠르게 서비스 지역을 넓히자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지바이크가 운영하는 지쿠터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 3만7000대를 돌파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5만7000대에 달한다. / 지바이크 홈페이지 갈무리
지바이크가 운영하는 지쿠터 전동 킥보드는 지난해 3만7000대를 돌파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5만7000대에 달한다. / 지바이크 홈페이지 갈무리
집념으로 달성한 아시아 매출 1위

윤 대표가 조용한 성장을 선택한 이유는 투자 유치 필요성이 낮아서다. 그는 투자 유치보다 인재 영입을 우선시했다. 그는 국회 보좌진 출신의 대외협력·홍보담당자부터 공공기관·대기업 출신 재무담당자, 사업담당자 등을 영입했다. 국내 전동킥보드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관련 연구를 해온 하드웨어 담당자도 영입했다. PM이 미래세대의 주 이동 수단이 될 것이라는 그의 확신이 이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초기 투자를 많이 받은 경쟁사와 달리 지바이크는 지쿠터 출시 시점부터 적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며 "어떻게 투자를 유치할까 대신 어떻게 하면 5개월 사용하는 킥보드를 1년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지바이크는 누적 투자금이 120억원 정도인데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넘겼다"며 "수익성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바이크는 실제로 킥보드의 사용 기간 증가를 이뤘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한 도구 및 기술을 활용했다. 지바이크는 그렇게 조용히 성장하던 중 기업 규모가 드러났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서 공유 모빌리티 시장 지표를 발표하면서다.

윤 대표는 "지방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서 수도권에 있는 경쟁사나 VC는 지바이크를 잘 모르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모바일인덱스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등 지표가 지바이크를 업계 1위로 지목하면서 시장에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수도권 중심의 PM 산업이 13배 성장하는 동안 지바이크는 45배 성장했다. 그는 "모바일인덱스 지표가 나오면서부터 지바이크가 1위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며 "비결을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대답은 늘 효율적으로 사업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바이크는 결국 아시아 공유 PM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주목할 점은 아시아 매출 1위가 아시아 전역에서 나온 성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바이크는 국내 매출만으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지바이크 매출은 335억원이다. 서비스 가입자 수는 250만명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공유 PM 기업 헬비즈 매출 1280만달러(약 161억원)의 2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유 PM을 서비스하는 빔(Beam) 매출은 260억원쯤이다.

지바이크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도입된 시점에는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줄긴 했지만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줄어든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윤 대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동안 번화가 대신 주택가 지역에서 사용량이 증가했다. 다만 계절 특성은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는 PM업계는 여름·겨울이 비수기라고 설명한다.

그는 "여름은 비만 많이 오지 않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겨울이 항상 힘들었다"며 "매년 겨울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윤종수 지바이크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지바이크
윤종수 지바이크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지바이크
국내는 전기 자전거, 해외는 지쿠터로 공략

1위를 달성한 지바이크는 올해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웠다. 지바이크는 국내 공유 전동 킥보드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봤다. 그럼에도 빈틈이 있다. 그는 이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 전기 자전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직접 킥보드도 만든다. 해외 시장 공략은 지쿠터를 이용할 예정이다. 이 모든 계획의 실행 목표 시점은 올해 상반기다.

윤 대표는 "주로 20~30대 남성이 지쿠터를 이용한다"며 "PM이 대중적 이동 수단이 되려면 다양한 연령과 성별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 자전거가 여성 이용 비중이 킥보드보다 높고 연령대도 다양하다"며 "전기 자전거 서비스를 출시해 더 다양한 이용자의 참여를 가능케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지쿠터 킥보드도 개량한다. 지바이크가 킥보드를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지바이크는 이를 통해 하드웨어 차별화를 추구한다. 그는 현재 공유 킥보드가 사실상 다 같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킥보드를 만들면서 운영하기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했다"며 "지바이크는 전동킥보드 헬멧 규제가 시작됐을 때도 회사 홍보 대신 모든 킥보드에 헬멧을 사서 다는 것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공장에서 물량을 맞추지 못해 헬멧을 수령하는 것만 6개월쯤이 걸렸다"며 "분실된 헬멧도 많지만 ‘PM이 미래세대의 이동수단이다’라는 지바이크 가치를 위해 사용한 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M 안전·주차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는 이용자 대부분이 주차를 어디에 해야할지 모른다고 봤다. 그는 일반 기업이 안전교육이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PM 면허를 도입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PM 면허를 얻기 위해 1~2시간 정도 안전주행과 주차방법을 교육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PM 면허 도입 시 당장 PM 사용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PM 산업이 성숙하려면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며 "안전한 하드웨어 및 안전장구 개발과 함께 정돈된 주차 서비스 제공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