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분쟁을 치룬 결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카카오가 SM엔터를 품에 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향후 공개 매수 절차를 거쳐 SM엔터의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치열한 경쟁자였던 하이브는 카카오·SM엔터와 플랫폼 차원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완벽하게 승리를 거둔 모양새다.

사실 2월까지만 해도 SM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하이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앞서 하이브는 2019년부터 SM엔터 인수를 염두해 두고 있었으며, 두 차례에 걸쳐 인수를 시도했다. 특히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지분 14.8%(352만3420주)를 인수하고 SM엔터 소액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 매수에 나서는 등 인수를 향한 적극적인 모습이 이런 예상에 힘을 실었다. 하이브가 돌연 SM인수를 포기한 이유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관훈 포럼에서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할 수는 없었다"며 "하이브스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이브스러움이란 음악을 믿고 음악을 통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신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구성원이 부끄럽지 않다고 느끼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하이브스러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과도한 출혈이 수반된 분쟁은 하이브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하이브가 SM엔터 인수 절차를 중단하며 발표한 공식보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이브 측은 당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하이브의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 고려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속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바로 SM엔터의 현상태다. 현재 SM엔터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거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강타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레드벨벳, NCT, 슈퍼엠 등 에스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올해와 내년 사이에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M엔터는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면서 수백억원을 썼다. 곳간이 비어진 상태인 셈이다. 자칫 이들이 다른 대형 기획사로 옮기려고 한다면 하이브는 또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이들을 잡아야 한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이 점은 카카오에도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다수의 소속 아티스트가 이수만 키즈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반면 카카오는 현 SM엔터의 경영진 편이다. 이수만 키즈인 이들이 카카오를 반길지는 의문이다. 결국 카카오는 아티스트가 빠진 껍데기 뿐인 연예기획사를 인수한 꼴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의 승리가 진정한 승리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K팝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이던 SM엔터 인수전은 이제 막을 내렸다. 쩐의 전쟁을 끝낸 카카오는 이제 SM엔터 인수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는 K팝 글로벌 팬덤 플랫폼을 독식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하이브도 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은 남아 있으나 카카오가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K팝을 앞세워 진정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유진상 디지털콘텐츠부장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