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수면+기술)' 시장의 판이 커진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스마트폰 장기 사용으로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잠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슬립테크 시장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019년 110억달러(14조 6200억원)에서 2026년에는 321억달러(42조 66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모델이 갤럭시워치로 ‘삼성 헬스’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구동 후 잠든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갤럭시워치로 ‘삼성 헬스’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구동 후 잠든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의 수면 측정 기능을 고도화하며 슬립테크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 삼성 헬스 미래 전략의 큰 축 중 하나가 수면 기능이다.

혼 팍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장은 23일 열린 '삼성 헬스' 전략과 비전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에서 "2012년에 출시한 삼성 헬스는 매월 세계 64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며 "삼성 헬스 이용자들이 수면 기능에 큰 관심을 가진 결과, 갤럭시워치 수면 기능 사용자는 지난해 대비 2배쯤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며 갤럭시워치 사용자 중 매주 1회 이상 수면을 측정한 사용자가 지난해 대비 2배쯤 증가했다. 갤럭시워치 전체 사용자 중 절반이 매주 수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 40%는 최소 주 3회 이상 꾸준히 수면 기능을 사용하고 자신의 수면 건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사용자는 갤럭시워치에 탑재된 '바이오엑티브센서'를 통해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다.

가속도 센서는 수면 중 뒤척임 정도를 측정해 수면 사이클을 파악하고, 광학심박센서는 심박과 산소포화도를 바탕으로 수면의 깊이를 분석한다. 바이오엑티브센서는 혈압, 심전도 등을 측정해 사용자의 심장 건강 모니터링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실질적인 수면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각기 다른 수면 패턴을 바탕으로 맞춤형 수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누적된 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8가지 수면 동물 유형 중 본인에게 맞는 동물 유형을 추천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 등 모바일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과 연계하는 '삼성 스마트싱스'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가 보다 최적화된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갤럭시워치가 사용자가 잠이 든 시점을 인식하면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조명과 에어컨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침실 커튼이 닫히는 등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수면 환경이 조성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수면 모드를 통해 수면 시점에 맞춰 스마트폰과워치의 화면 밝기가 자동으로 변경되고 알림이 무음 처리되기도 한다.

작은 요소도 수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갤럭시워치 센서의 후면 불빛 등 세심한 부분도 자동으로 셋팅될 예정이다.

LG전자 모델이 브리즈 전용 무선이어셋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 LG전자
LG전자 모델이 브리즈 전용 무선이어셋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 LG전자
LG전자는 올해 초 'CES 2023'에서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선보였다.

브리즈는 뇌파를 측정하고 수면케어 사운드를 들려주는 전용 무선이어셋과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앱으로 구성됐다. 고객이 편하게 잠들 수 있게 유도하고 수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관리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뇌파동조 사운드를 포함해 루시드폴 등 국내외 아티스트가 직접 작곡한 자장가, 자연의 소리와 같은 'ASMR' 등 80개쯤의 사운드가 기본 내장됐다. 고객이 즐겨 듣는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뇌파동조 사운드를 더해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뇌파동조 사운드는 좌우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들려줘 주파수 차이를 이용해 잠이 들게 하거나 특정 수면 상태로 전환을 촉진하는 뇌파를 유도한다.

LG전자가 자체 연구 개발한 뇌파동조 사운드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는 주파수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리즈는 고객의 수면 자세와 수면 중 뒤척임 횟수를 포함해 취침·기상 시간 등 정보를 기록한다.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으로 하루 동안 걸음 수 등 생활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 맞춤형 수면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브리즈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잠을 설치던 개발자의 불편에서 착안해 나온 솔루션이다"라며 "올해 상반기 중 브리즈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22년 12월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손잡고 고객의 수면에 최적화된 스마트 가전 개발에 나섰다. 에이슬립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를 유치한 데 이어 추가 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다.

에이슬립의 기술이 LG전자의 가전에 적용되면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이 사용자의 수면 시간에 맞춰 소음을 줄이거나 최적인 온도를 스스로 설정하는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