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사업보국' 철학의 지속 계승·발전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불안정한 국제 정세,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등 복합 위기 상황에도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와 가족들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올해는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삼성호암상 행사다. 재계는 이 회장이 행사에 참석해 선대의 '사업보국' 철학 계승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호암상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제일 철학 및 사업공헌 정신을 기려 이건희 선대회장이 제정한 상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공헌 등의 분야에서 각자 탁월한 업적을 이뤄내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을 시상하기 위해 1990년 삼성호암상을 제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선대의 '사업보국' 철학을 지속 계승·발전시켜, 국가 발전에 더욱 기여하고, 삼성의 '뉴 리더'로서 사회와 함께하는 '미래동행' 의지를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삼성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재용 회장의 제안에 따라 2021년에 삼성호암상 과학 분야 시상을 확대했다.
이 회장은 공학이나 의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상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호암상을 제정해 국내외 한국계 연구자들을 발굴·시상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면,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국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삼성호암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학계에서도 삼성호암과학상 확대 시상이 국가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다.
역대 삼성호암상 수상자 중에는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계 연구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구 톰슨 로이터)는 호암상 수상자인 찰스 리 미국 잭슨랩 교수(2008년 의학상), 유룡 KAIST 특훈교수(2010년 과학상),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2018년 공학상) 등을 '노벨상을 수상할 유력 후보'로 꼽은 적 있다.
학계에서는 삼성호암상이 기초과학/공학/예술/CSR 등 다방면에서 한국의 사회발전 및 한국 학계/예술계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호암상 외, 미래기술육성사업 및 산학협력을 통해서도 국가 기초과학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물리와 수학 등 기초과학 분야를 비롯한 ICT, 소재 등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 중이다.
현재까지 760개 이상의 과제에 연구비 1조원을 지원했으며, 삼성이 지원한 연구 과제 관련 논문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국제 학술지에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삼성은 국내 대학들의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과 함께 계약 학과 등을 운영하며 국가 R&D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고 이건희 회장 2주기에도 인재와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호암상 시상식에는 해외 출장 중인 경영진을 제외한 삼성 사장단 50명쯤이 총출동했다.
삼성전자에서는 김기남 SAIT(구 종합기술원) 회장을 비롯해 경계현·노태문·진교영·이정배·박용인·최시영·박학규 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