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 방식 3D TV와 맞붙기 위한 고육책, 원가절감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저렴한' FPR 3D TV에 맞서기 위해 가격을 낮춘 보급형 셔터글라스 3D TV 'D6400',과 'D6900' 시리즈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들 두 제품군은 LG전자의 필름 패턴 편광 방식 3D TV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고급형 모델인 'D7000', 'D8000' 시리즈보다 확연히 낮은 가격으로 인해 LG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크게 좁힌 모델이다.

<> 120Hz 패널을 사용한 삼성전자의 D6400/D6500 시리즈.
(D6500 시리즈는 국내 미발매)

하지만 이들 제품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희생한 건 셔터글라스 방식 3D TV의 가장 큰 장점인 240Hz 고속 패널이다. D6400, D6900 시리즈는 120Hz를 지원한다.

셔터글라스 방식은 좌안 영상과 우안 영상을 각각 풀 HD급인 1,920x1,080p 해상도로 재생하기에 FPR 방식보다 높은 해상도가 가능하다. 다만 좌안 영상과 우안 영상을 교차재생하는 방식이므로 풀 HD급 해상도의 영상의 초당 재생 횟수는 2D 영상 대비 1/2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방송의 표준 주파수 재생율은 60Hz. 이를 3D 영상으로 재생할 경우에는 좌안 30Hz, 우안 30Hz가 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잔상이 심해져 온전히 3D 영상을 감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첫 3D TV 출시 모델부터 240Hz 패널을 사용해 왔다. 240Hz 패널을 사용하면 좌안 120Hz, 우안 120Hz로 영상 재생 속도가 빨라 잔상이 크게 줄어들게 되며 크로스토크나 깜박임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240Hz 고속 패널의 경우 생산 단가가 높아지게 된다. 결국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을 위해 셔터글라스 방식의 최고 강점인 고속 패널을 포기한 셈이 된다.

홈페이지선 'Hz' 표기 대신 'CMR'로 돼 있어 알기 어려워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가 'Hz(헤르쯔)'라는 세계 표준 규격을 사용하지 않고 'CMR(Clear Motion Rate)이라는 자체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전체 스펙 란을 살펴보아도 어디에도 'Hz'로 표시된 곳은 없다.

<> 삼성전자 홈페이지 내 'C8000' 카탈로그 중 'CMR' 설명 부분.

삼성전자가 말하는 'CMR'은 3D 전용 패널과 TV의 두뇌에 해당하는 영상 엔진, 그리고 LED 백라이트를 조화시켜 동영상 선명도를 향상시킨 수치를 일컫는다. 즉, 960CMR은 초당 60장의 영상을 재생하는 표준 영상 대비 16배 가량 선명하고 잔상을 줄인 영상이라고 한다. 또한 같은 Hz의 패널일지라도 LED 백라이트 유닛과 영상 엔진에 따라 선명함과 잔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찾아본 CMR 수치는 아래 표와 같다.

모델명

지원 Hz

CMR

55인치 기준 최저가
(스탠드)

D8000 시리즈

240Hz

960CMR

D7000 시리즈

240Hz

720CMR

D6900 시리즈

120Hz

480CMR

D6400 시리즈

120Hz

480CMR

  

표 내용상 특이한 점은 동일한 240Hz 구동 패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D8000 시리즈와 D7000 시리즈의 CMR이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의 주장대로라면 LED 백라이트와 영상 처리 엔진 등의 조합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영상 전문가는 "삼성전자 측이 주장하는 CMR이라는 수치는 완전 허구가 아니다. 실제 같은 패널을 사용했더라도 CMR 수치에 따른 차이가 미묘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헤르쯔(Hz)로 표현하지 않고 독자적인 수치를 사용하는 것은 제품에 대해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해외 쇼핑몰에서는 국내와 동일한 삼성전자 모델을 'Hz'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 베스트바이에 판매 중인 삼성전자 D6000S 시리즈.
120Hz라 명시되었을 뿐 CMR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 아마존 미국에서 판매 중인 D6400 시리즈. 역시 120Hz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FPR 3D TV에 대항하기 위해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다. LG전자가 FPR 방식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깜박거림이 없고 크로스토크 에러가 적다는 점인데, 삼성전자가 프레임 속도를 낮춤으로써 깜박거림과 크로스토크 에러가 더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편광 패널 방식은 120Hz 패널을 사용해도 3D 영상에서 120Hz로 감상할 수 있다. 좌안·우안 영상으로 프레임을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수직해상도가 낮아지게 된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상품전문 뉴스채널 <IT조선(i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