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빙하가 더 빠르게 녹고 바닷물 온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은 멸종위기를 맞거나 서식지를 옮긴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홍수, 한파 등은 사람이 사는 도시를 망가뜨린다. 이런 피해가 커질수록 온실가스,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에 쏠리는 시선이 따가워진다. 어느새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덮어쓴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 않도록 회수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새 용도를 찾는 연구도 많아졌다.

 

2012년 3월 7일에는 ‘이산화탄소로 인공뼈를 만든다’는 뉴스가 방송과 신문을 장식했다. 차형준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탄산무수화효소(carbon anhydrase)’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줄이면서 탄산화합물도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탄산무수화효소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반응시켜 탄산을 만드는 효소다. 만들어진 탄산이 양이온과 반응하면 탄산화합물이 생성된다. 자연에서도 생명체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과 미네랄 같은 무기물을 흡수해 껍질이나 뼈 등을 만드는 ‘바이오미네랄화’ 과정이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차 교수팀은 직접 만든 탄산무수화효소를 이용해 탄산화합물 생성 속도를 높였다. 이 효소는 자연 상태보다 1,000만 배 정도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므로 탄산화합물 생성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탄산무수화효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효소의 가격도 낮췄다. 기존 소의 혈청에서 검출한 효소는 1g 당 300만원 정도였지만 연구팀이 만든 효소는 1g 당 1,000원 정도 수준이다. ‘나이세리아 고노레아’라는 미생물에서 탄산무수화효소 유전자를 검출한 뒤 대장균에 이식해 대량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탄산화합물은 인공뼈나 칼슘보조제 등의 의료용품은 물론 플라스틱이나 제지, 고무, 시멘트, 페인트, 치약 등의 공업용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차 교수팀은 앞으로도 싼 가격에 이산화탄소를 탄산화합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KAIST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양지원 교수에게 이산화탄소는 일종의 ‘사료’다. 양 교수는 클로렐라 같은 미세 조류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산화탄소가 사용된다.

 

바다나 강 등에 살고 있는 미세 조류는 수만 종에 이르는데 이중 수백 종이 바이오 디젤 생산용으로 연구되고 있다. 햇빛과 이산화탄소만 공급하면 쑥쑥 잘 자라기 때문에 고갈 염려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와 더불어 미세 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전남 담양의 딸기 농가에게 이산화탄소는 효자다. 영농법인 ‘에코프리미엄프로듀스’가 꾸리고 있는 딸기 온실은 이른바 ‘이산화탄소 강화재배법’을 적용해 딸기의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도 향상시켰다.

 

이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30kg짜리 드라이아이스 2개를 넣어 온실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썼다. 드라이아이스가 기화해 이산화탄소로 바뀌면 온실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진다. 식물의 광합성에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게 공급되다보니 딸기도 튼튼하게 자라게 된다.

 

2011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이산화탄소로 환경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방법을 두 가지 개발했다. 우선 이산화탄소처분실의 장영남 박사팀은 비료공장과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석고를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에 반응시켜 황산암모늄과 탄산칼슘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황산암모늄은 질소계 비료로, 탄산칼슘은 산업용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인체 위해성을 완전히 없애는 데도 이산화탄소가 이용된다. 2009년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된 이후, 석면은 포대에 넣어 땅에 묻거나 시멘트를 섞어 굳히는 식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석면의 위해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석면을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하려면 섭씨 1,400도씨 이상의 열을 가하거나 다량의 산성용액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다른 환경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의 류경원 박사팀은 이 문제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해결했다.

 

석면 물질인 ‘크리소타일’을 알칼리 용액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대기압의 5∼40배 되는 압력으로 가한 뒤 섭씨 100도에서 열처리하면 크리소타일이 마그네슘 화합물로 변한다. 이렇게 변한 물질은 인체나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고 진행했던 연구로 이산화탄소의 역할을 새롭게 찾게 됐다. 색안경을 쓰고 ‘이산화탄소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의 재발견으로 나온 연구결과를 보며 세상 모든 것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기사 제공 : KISTI의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