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톤-M 로켓 20초만에 공중 폭발…엔진·가속블록 고장 가능성

나로호에 로켓 제공한 흐루니체프 센터 제작…맹독성연료 유출로 환경오염 우려

 

위성항법장치용 인공위성을 싣고 발사됐던 러시아 로켓 발사체가 2일 발사 직후 곧바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8분(모스크바 시간)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제81 발사장에서 쏘아 올려진 러시아의 '프로톤-M' 로켓 발사체가 발사 후 약 20초 만에 공중 폭발해 지상으로 추락했다.

 

발사체에는 러시아가 미국의 GPS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 구축한 위성항법시스템 '글로나스'(GLONASS) 운영을 위한 신형 인공위성 '글로나스-M' 3기가 탑재돼 있었으나 함께 폭발했다.

 

사고는 1단 로켓 엔진이 작동하는 시점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사 약 4초 뒤 정상 비행 궤도에서 벗어나며 추락하던 로켓이 얼마 후 공중폭발해 발사장에서 약 1.5km 떨어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역내로 떨어졌다. 로켓이 추락한 지점에는 직경 150~200m의 거대한 웅덩이가 생겼다.

 

다행히 로켓이 기지 시설에 추락하지 않아 지상의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켓에 이용된 500t의 유독성 연료 가운에 일부가 지상으로 유출돼 토양과 수질 오염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맹독성 연료 유출로 환경 오염 우려 = 한때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근무한 바 있는 로켓우주분야 한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추락한 프로톤-M에서 흘러나온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 등의 유독성 연료가 땅으로 스며들어 기지 인근 바이코누르시 주민들의 식수에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바이코누르시의 공기도 폭발 사고로 발생한 유독 가스 구름에 오염됐을 수 있다"며 주민들이 에어컨을 켜거나 외부에서 작업을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활동이 한동안 중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운동가들은 UDMH은 맹독성 연료로 1g의 연료가 1㎦의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그 영향은 20~30년간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우주청 '카즈코스모스' 관계자는 폭발 당시 유독성 연료가 대부분 연소되고 곧이어 비가 내려 남은 연료를 씻어내면서 액체 연료나 연료 가스 확산에 따른 환경 오염 위험은 없다고 주장했다.

 

우주청은 사고 당시 바람이 다른 방향으로 불어 기지 내 통제소에 있던 직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재난 당국은 우주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주거지역이 기지에서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에 대한 위협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고 지점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분야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로켓 발사체와 3기의 인공위성 폭발로 인한 손실이 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 나로호에 1단 제공한 흐루니체프 센터 제작 로켓 = 이날 폭발한 프로톤-M 로켓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지난 1월 말 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1단 로켓을 제공한 러시아 흐루니체프 우주센터가 제작했다.

흐루니체프가 나로호 1단에 공급한 로켓은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신형 '앙가라' 로켓으로 앙가라는 이날 사고를 낸 구형 프로톤 로켓 등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은 현재 부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켓우주분야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으로 1단 로켓 엔진 고장과 가속블록 고장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한 전문가는 로켓이 발사 직후 폭발한 것으로 미뤄 엔진이나 통제 장치 고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켓의 비행 방향을 조정하는 1단 로켓 엔진이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가속블록 DM-03이 폭발한 것이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날 사고로 이달 21일로 예정됐던 유럽 통신위성 탑재 프로톤-M 로켓 발사를 비롯해 이 로켓을 이용하는 다른 발사 일정들이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모두 연기됐다.

 

이날 프로톤-M에 실려 쏘아 올려진 '글로나스-M' 위성은 미국 GPS에 필적하는 러시아 자체 위성항법시스템 GLONASS 운영을 위한 것이다. 현재 우주공간에는 GLONASS용 위성 29기가 떠 있으며 이 가운데 23기가 정상운용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3기의 위성을 더 쏘아 올려 GLONASS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다.

 

◇ 2010년에도 발사 실패 사고 = 이번 사고는 지난 2010년 발생한 글로나스용 위성 발사 실패에 뒤이은 대형 사고다. 2010년 12월 5일에도 역시 '글로나스-M' 위성 3기를 탑재하고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던 '프로톤-M' 로켓이 위성들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당시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실수로 위성을 본궤도에 올리는 가속블록 DM-3에 연료를 1.5t이나 과다 주입한 때문으로 밝혀졌다.

 

연료 과다 주입으로 위성이 실린 가속블록의 무게가 커짐에 따라 로켓 발사체 '프로톤-M'이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위성을 정상 궤도에 올리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3기의 위성은 미국 하와이에서 1.5km 정도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 추락하고 말았다.

 

사고 이후 러시아 연방우주청 청장이 교체되는 등 우주 분야 혁신 조치가 취해졌으나 그럼에도 우주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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