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제정해 편법이 난무하는 보조금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펼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선 이통사 판매점은 보조금 뿐 아니라 각종 사은품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한 KT 공식판매점은 23일 시가 3000~4000만원 상당의 미니쿠퍼를 경품으로 내걸고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 수입차 ' 미니쿠퍼'를 경품으로 내건 KT의 한 휴대폰 판매점 모습

 

▲ 미니쿠퍼를 경품으로 내건 KT의 한 휴대폰 판매점 현장
 

이 업체는 그랜드 오픈 기념 '갤럭시노트3 무료' 현수막과 함께 '위약금·할부금 100% 지원' 등 자극적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값비싼 외산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KT 공식판매점'이라는 간판과 함께 보조금과 자동차 경품이 제공되는 만큼, 길을 가던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어 업체 내부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미니쿠퍼 경품 이벤트에 대해 업체 측은 "전국 1등 판매점으로 등극한 것을 기념해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오는 4월 25일 추첨을 해 한명에게 미니 쿠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판매점도 '익일 순증 1만개 목표'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전달하며 "본부 총판매 4만개, 순증 1만개 (목표 숫자다)"라는 지시와 함께 "내일 숫자는 본부장님이 직접 챙기시기 때문에 전조직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알렸다. 특히 "소매대리점 ㅇㅇ는 내일 전쟁시작을 담당 대리점에 바로 전파하고, 대리점 전원 출근시키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매 행태는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의(이하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과다 지급에 따른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규제를 한 것인데,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같은 시장 혼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KT. LG유플러스 판매점이 22일 배포한 보조금 관련 문자메시지 전문

 

일부 판매업체에서 제공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모 이통사가 가입자 모집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살포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보조금 금액이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 관계자를 매일 불러 자재를 시키는데 개선이 안된다"며 "(제재를 위한) 사실 조사를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주도 사업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사장)은 23일 국내 기자들을 만나 최근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비율이 50% 이하로 내려간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사장은 "돈을 써가면서 점유율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이번달) 스팟성·이벤트성으로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보조금 경쟁의 악순환이 끊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임을 앞둔 황창규 KT 신임 회장 내정자를 겨냥해 "보조금 경쟁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KT가) 상품혁신, 서비스 경쟁을 하는 SK텔레콤의 움직임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상품지식 전문뉴스 IT조선